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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탭덕스' 내달 예술의 전당서 공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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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지난 25일 영국 런던에서 남동쪽으로 두시간 거리에 있는 캔터베리시 중심가에 위치한 말로우극장은 저녁 무렵부터 지역주민들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오후 6시, 우리로 치면 한창 퇴근을 준비해야 할 시간. 그러나 주말 연휴를 앞두고 일찍 직장을 나선 가장들은 아내와 아이들을 앞세우고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1천명이 넘는 '구름관객' 속에는 노인들의 모습도 상당히 눈에 띄었다.

인구 3만6천의 소도시로 영국 성공회의 성지이자 영문학의 비조 (鼻祖) 로 꼽히는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의 무대가 됐던 곳. 평소 한적하던 이 곳에서 이처럼 남녀노소의 환심을 송두리채 빼앗아간 것은 다름아닌 뮤지컬 '탭덕스 (Tap Dogs)' 의 공연이었다.

만원사례로 시작 전부터 후끈 달아오른 극장안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이윽고 현란한 조명아래 탭댄스의 강렬한 파열음이 터져 나오자 우뢰와 같이 "와" 하는 함성. 이때부터 1시간20분간 청바지 차림의 6명의 퍼포먼서가 펼치는 전위적이며 실험적인 탭댄스의 향연은 웬만한 록콘서트장 이상의 열기를 뿜어댔다.

이날 '탭덕스' 공연은 이미 4월28일 크롤리에서부터 시작된 영국 투어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었다.

이 팀말고 미국팀은 현재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 유니언 스퀘어극장에서 '스텀프' '블루 맨 그룹' 등 비슷한 형식의 실험적 퍼포먼스 공연물과 함께 빅히트를 치며 롱런중이다.

이름부터 이색적인 '탭덕스' 는 지난 95년 호주의 산업도시 뉴캐슬에서 데인 페리에 의해 첫선을 보인 전위적 뮤지컬. 일찍이 '핫 슈 셔플' 로 영국 권위의 연극상인 올리비에상 안무상을 수상했던 데인 페리는 연출자겸 무대디자이너 니겔 트리피트와 힘을 합쳐 그해 이 작품을 들고 에든버러페스티벌에 진출함으로써 세계적인 성가를 끌어냈다.

이 작품 역시 올리비에 안무상 (95년) 과 이태리 스포레토 페스티벌의 페가소스상 (97) 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공인받았다.

지난해 국내무대에 선보였던 '스텀프' 가 각종 쓰레기집기들을 활용한 경쾌한 리듬의 퍼포먼스였다면 '탭덕스' 는 탭댄스를 기본요소로 했다.

탭댄스가 변주해내는 강렬한 비트의 리듬과 신기에 가까운 발놀림, 아크로바틱한 연기 (가끔 거꾸로 매달려 탭댄스를 추기도 한다) 는 요즘 한창 뮤지컬의 새흐름으로 각광받고 있는 비언어적 연행양식의 전형을 보여줬다.

이날 공연의 리더로 나선 폴 로빈슨은 " '그러브' '팩' 등 30가지의 탭댄스가 다양하게 응용된다" 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품의 탄생배경이 공장지대였듯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6명의 철강노동자가 엮는 하루의 일상을 탭으로 구성한 것" 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탭댄스의 울림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철판이나 나무판으로 만든 '트리거' 란 울림발판을 활용하거나 간혹 라이브연주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 20일뒤 이 작품이 한국에도 소개된다.

잠시 쉬고 있는 호주 오리지널팀의 내한공연으로 세계 뮤지컬의 뉴트렌드를 감지할 수 있는 기회다.

삼성영상사업단 (02 - 508 - 8555) 초청으로 8월20~3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켄터베리 (영국)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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