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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지식보다 도전정신을 길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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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교대 수학영재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4박5일동안 창의적인 수학문제 풀기에 도전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수학 영재들만 모인 곳에서는 어떤 특별한 이야기를 나눌까? 혹시 페르마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론을하지는 않을까? 수학문제를 푸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종 교구를 이용해 수학적 창의력을 길러주는 수학영재 캠프 현장을 찾았다.

“5,6,1,1,1 다섯 개의 숫자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숫자는 무엇일까요?”“60이요!” “90이에요!” 선생님의 질문에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저마다 큰 소리로 대답했다. 지난 2~5일 경인교육대학교 안산캠퍼스에서 열린 수학영재 캠프 2학년 오일러 반의 수업 모습이다.

 캠프는 두 종류로 나뉘어 진행됐다. 첫째는 경기도 지역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이나 지역공동체 영재학급이 추천한 학생 중 서류전형을 통과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대상인 한 ‘수학적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통한 리크리에이션 수학캠프.’ 과제해결력과 창의력이 강한 이들은 교사가 알려주는 문제풀이 방식과는 다른 해답을 제시하기도 했다. 6학년 유클리드반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했던 수업은 라인디자인. 자와 각도기를 이용해 티셔츠위에 독특한 문양을 그리면서 작도에 대해 배웠다.
경시대회와 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 중 ‘수학적 사고·행동 특성 검사지’로 영재성 테스트를 거친 아이들을 선발한 ‘예스셈 수학영재 캠프’는 초등학교 2~4학년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3학년 페르마반 학생들은 ‘주사위 윷놀이’수업을 즐거워했다. 주사위로 윷놀이를 하는 이 수업은 특이하게 생긴 말판을 이용해 수학적 연상능력을 키워준다. 4학년 가우스반 학생들은 ‘스핑크스 퍼즐’ 수업을 들으면서 수학적 표현력을 길렀다. 네덜란드의 수학교육학자인 반힐(Pierre van Hiele)이 ‘7조각 모자이크 퍼즐’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이 퍼즐은 여러 다각형으로 된 7조각의 다각형을 이리저리 움직여 다양한 도형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직사각형 스핑크스 퍼즐을 뒤집지 않고 정삼각형을 만드는 방법을 발표하던 이원태(12·백석초4)군은 퍼즐 조각을 들고 “여기를 여기로 옮기면요”라고 입을 뗐다. 그러자 경인교대 수학영재교육연구소 소장인 송상헌(44)교수가 “‘빗변을 오른쪽으로 옮기고’ 이런식으로 표현해야지?” 라며 바로잡아줬다.

 그는 “아무리 위대한 수학적 발견을 하더라도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30°각·60°각·꼭지점과 같은 수학적 용어를 사용해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4박 5일 동안 주사위 3개를 던져 사칙연산을 활용, 1부터 100까지의 답을 찾아내는 숫자볼링, 막대를 이동시키며 숫자의 패턴과 규칙성을 찾는 페그퍼즐, 생활 속 수학이야기, 수학 게임을 체험해보는 코너수학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저녁을 먹은 후에도 수학퀴즈, 게임, 퍼즐대회 등에 참여하며 수학과의 동거를 계속했다. 특히 마지막 날에는 학부모들을 초청해 캠프 기간 중 배운내용을 응용, 게임·신문·동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표하는 시간도 가져 큰 호응을 얻었다.


 영재캠프 김지원(31·여·경인교대 수학교육과 조교) 교사는 “이번 캠프를 위해 현직교사는 물론 석사과정에 있는 분들까지 약 22명의 스태프가 동원됐다”며 “아이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길러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직접 짜고 기획하는데 한 달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준비하는 동안은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며 웃었다.

 백승재(12·동진초4)군은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재미도 없고 지루한데 이곳에서는 수학을 놀이처럼 배울 수 있어 좋다”며 “4박 5일 동안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친구들을 많이 사귄 것도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자랑했다.

 이번 영재캠프는 선행학습을 하며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고 새로운 수학지식을 가르치기보다 창의력을 길러주고 기존의 지식을 심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송 교수는 “영재는 어떤 과제에 몰입할 줄 알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며 “공동체에서 리더가 될 사람이기 때문에 올바른 인격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는 과제를 통해 도전정신을 길러주는 것이 이 캠프의 진정한 목적이라는 것.“지식만 많은 아이가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고 찾아보려는 의지와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편 경인교대 수학영재 캠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카페(http://cafe.daum.net/ginuegiftedcamp)를 방문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프리미엄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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