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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설계단,안전관리 구멍…화재발생 때 경보기 작동 안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26일 오전 대전시유성구덕진동 대덕연구단지내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일어난 불은 다행히 큰 사고나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국가 1급 보안시설의 방재체계에 중대한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불이 난 한국원자력연구소 구내에는 30㎿급의 연구용 원자로및 핵연료 생산시설등이 밀집돼 있고, 한국형 경수로의 모태 (母胎) 인 울진 3, 4호기 계통설계 관련 귀중한 자료들이 보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재경보기마저 전혀 가동되지 않았다.

화재가 발생한 원연은 1급 보안시설로 분류된 연구시설이 밀집한 곳으로 원연이외에 한국전력기술.한국원전연료.원자력환경기술원등 4개의 연구기관에 근무자도 2천명이 넘는 대규모 연구단지다.

그러나 이같이 국가중요시설인데도 시설관리.방재시스템등은 연구소.기업별로 느슨한 개별관리체제를 취하고 있어 한 곳에서 대형사고가 터질 경우 연쇄적으로 큰 피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화재가 난 연구동은 지난해말까지 원연측이 인력및 건물을 함께 관리해왔으나, 올해초 원자로계통및 핵연료 설계팀이 한국전력기술로 이관됨에 따라 당연히 방재시스템등에 대한 철저한 재점검이 이뤄졌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소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화재발생 당시 자동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은 허술한 방재체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또 이날 한국전력기술 관계자들이 화재가 진압된 뒤에야 뒤늦게 현장에 나타나는등 비상연락망 체계에도 구멍이 있음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9시55분쯤 일어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은 사무실 1백50평을 태우고 30여분만에 진화됐다.

이날 화재는 원자로나 방사성물질 실험실등과 1백50여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데다 마침 연구소 휴무일이어서 인명피해를 포함한 큰 피해는 면했다.

경찰은 컴퓨터 8대,에어컨 1대등이 전소된 것으로 집계하고, 화재 원인은 누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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