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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1000원부터” 구청 장터 가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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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0일 오전 서울 성동구청 1층 로비는 교복 매장을 방불케 했다.

무학여고·경일고·행당중 등 성동구 관내 15개 중·고교의 팻말 뒤로 계절별 교복과 블라우스, 체육복이 크기별로 진열돼 있었다. ‘I’사와 ‘S’사 등 브랜드 교복도 즐비했다. 한쪽에는 옷을 직접 입어 볼 수 있는 탈의실도 마련됐다. 일반 매장과 다른 점은 벽에 붙은 가격표였다. 동복 상의 5000원, 하복 상의 3000원, 치마·바지 3000원, 브라우스가 2000원이다. 그 옆엔 “수익금은 전액 저소득 한 부모 가정 자녀의 교복 구입에 쓰입니다”란 안내판이 붙어 있다. 성동구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모은 교복이라 이처럼 싸게 팔 수 있다.

10일 성동구청 로비에서 열린 ‘교복·학생용품 교환 장터’에서 학생들이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교복을 입어보고 있다. [이윤 인턴기자]


행당 1동에 사는 양숙희(67)씨는 3월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손녀 이명아(16)양에게 줄 교복을 골랐다. 양씨는 “입학 선물로 교복을 사주겠다고 했더니 손녀가 이곳에서 교복을 구입하겠다고 했다”며 “아낀 돈으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사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교복 바꾸기도 가능하다. 도선동에 사는 주부 최종희(44)씨는 대경고를 졸업하는 조카 이종민(18)군의 교복 4점을 갖고 와 올해 성동고 3학년에 진학하는 아들 민경배군과 동마중 3학년이 되는 민경주군이 입을 교복 4점과 맞바꿨다. 최씨는 “아이들이 쑥쑥 자라 입학 때 맞춘 교복이 맞지 않는다”며 “일 년 앞두고 또 교복을 구입하기가 부담스러웠는데 다행히 몸에 맞는 교복을 찾았다”며 만족했다.

이날 성동구가 준비한 800여 점의 교복은 개장한 지 4시간 만에 동났다. 행사 담당자인 가정복지과 이진경씨는 “직원들이 교복을 세탁해 사무실에 있는 다리미로 직접 다리고 페브리즈까지 뿌렸다”며 “자원이 재활용되는 것을 보니 고생한 것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개학과 입학을 앞두고 서울시내 구청들이 속속 교복 알뜰장터를 열고 있다. 학부모들이 20만~30만원 하는 새 교복을 구입하는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다.


금천구는 17일 교복 나누기 행사를 벌인다. 자원봉사자들이 세탁하고 수선한 교복을 점당 1000~3000원에 판다. 양천구도 19일부터 사흘간 교복·학생용품 교환 장터를 연다. 교복은 한 벌에 1만원, 참고서 등은 1000~2000원 선이다. 노원구는 직접 행사를 하지 않지만 관내 12개 중·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교복 물려주기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수학교 7곳을 뽑아 상금(250만~600만원)을 전달했다.

김경진 기자 , 사진=이윤 인턴기자

◆교복 알뜰 장터=교복 물려주기나 교복 알뜰 장터 행사는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교복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자원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계기였다. 졸업하는 학생들이 교복을 내놓으면 이를 세탁하고 수선해 싼 값에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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