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올림픽 30年·태권도 40年] 121. IOC가 나가야 할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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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IOC 창립 100주년 기념 사진. 앞줄 왼쪽에서 넷째가 필자.

 중앙일보의 귀한 지면을 빌려서 80년 가까운 나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올림픽 30년, 태권도 40년’이라는 제목처럼 나의 반평생은 태권도와 올림픽,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연결돼 있다. 지금 되돌아보면 몸이 두 개가 있어도 모자랄 정도로 참 열정적으로 일을 했다.

1986년 IOC 위원에 당선된 것은 내 인생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됐다. 집행위원과 부위원장을 거치며 세계의 스포츠계를 움직이는 거물이 됐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001년 총회에서 유색인종 최초로 IOC 위원장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것은 못내 아쉽고, 2005년 5월 구속된 상태에서 불명예스럽게 IOC 위원을 사퇴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그나마 지난해 복권이 돼서 다시 활동할 수 있게 됐고, 2005년 유엔인권위원회 연례보고서에서 나를 ‘희생양’으로 소개한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당시 유엔 인권위원회 연례보고서는 한국 부분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F)창설자이자 IOC 부위원장인 김운용 씨의 경우, 관찰자들은 김운용 씨가 한국의 정치인들에 의해 2003년 실시한 2010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실패의 희생양이 된 양심수라고 설명했다’고 기록했다.

지금은 IOC 위원이 아니지만 20년 동안 몸담았던 IOC의 과제와 전망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고 싶다.

IOC는 20세기말에 스포츠의 대중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지나친 상업주의와 정치의 관여, 올림픽의 거대화라는 장애물이다. IOC의 지도자들이 이 과제를 외면한다면 IOC는 단순히 이익만 챙기는 이벤트 조직이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실제로 뉴욕에서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서 사람들이 사마란치를 보고 “저 사람 별거 아냐”라든지 “쇼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IOC는 올림픽 이념의 수호자다. 지나친 상업주의가 이념을 오염시킬 위험성에 대해 끊임없이 경종을 울려야 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금지약물 복용을 차단함으로써 금메달 지상주의도 막아야 한다.

올림픽의 비대화로 인해 경제력이 없는 국가들이 아예 올림픽을 치를 수 없게 된 것도 문제다. 위원들의 유치도시 방문도 못하게 하는 등 여러 윤리규정이 있지만 올림픽 유치가 금전 싸움이 됐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다. 지금 IOC 위원의 존재 이유가 투표권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합대회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청소년 올림픽은 98년에 사마란치가 주도하고 내가 평가연구위원장을 맡아 연구하다가 중단된 것이다. 이것을 자크 로게 위원장이 부활시켜 2010년 싱가포르에서 1회 대회를 연다. 선수들이 일부 겹칠 텐데 현 올림픽과의 관계, 마케팅 문제 등 난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오히려 이벤트 같은 대회는 줄이고 IOC 내부의 개혁에 힘쓸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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