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손님 집주인 '준비하기 나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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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 는 여름손님. 무더운 날씨때문에 음식이 쉽게 상하는데다 사람도 짜증이 나기 쉬워 생긴 말이다.

요즘은 냉장고나 에어컨등 가전제품 덕분으로 예전에 비해 손님맞기가 수월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여름은 손님이 가장 꺼려지는 계절. 하지만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이나 외국에 살다가 잠깐 들른 친지등 며칠씩 잠을 자고가는 손님을 맞는 일이 많은 때이다.

여름에는 손님을 맞는 사람이나 찾아가는 사람 모두 세심한 배려와 준비를 해야 서로에게 기분좋은 방문이 될 수 있다.

연세대 윤복자 (尹福子.주거환경학과) 교수와 한정혜 (韓晶惠) 요리학원장등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여름손님 가이드' .

◇시원한 집 분위기 = 짜증나기 쉬운 무더운 여름날에 생기 넘치고 시원시원한 분위기를 만들려면 우선 집안에 자질구레한 장식품들을 깨끗이 치우자. 또 여름에는 꽃을 꽂는 것보다는 잎이 달린 가지만 꽂아두는 것이 시원한 느낌을 준다.

나뭇잎을 냉장고에 넣었다가 꺼내 놓으면 더 좋다.

손님이 오기 전 차가운 물수건을 준비해두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음료수 준비 = 과일로 만든 갖가지 화채가 가장 정성이 깃들여 보이고 품위가 있다.

화채의 주재료로 오미자를 사용하면 건위효과가 있어 배탈이 잦은 여름철의 건강음료로도 그만이다.

정식으로 화채를 만들 자신이 없다면 과일 통조림이나 청량음료를 섞어 비교적 손쉽게 만들 수도 있다.

수정과.식혜.미숫가루나 흰콩을 불려 삶은 후 꿀.우유와 함께 믹서에 갈아 만든 두유도 권할만 하다.

아이들에게는 냉동실에서 얼린 과일을 주면 좋다.

◇상 차리기 = 음식 가짓수가 많은 상차림은 준비가 번거로울 뿐 아니라 음식준비로 불을 많이 사용하게 되어 실내온도가 올라가 손님도 짜증이 난다.

준비나 조리가 번거롭지 않고 맛이 산뜻한 음식을 준비하자. 냉면.칼국수.콩국수.비빔밥등 일품요리를 중심으로 간단히 준비하는 것이 설겆이등 뒤처리도 번거롭지 않아 주인이나 손님에게 모두 부담이 적다.

모처럼의 손님맞이에 고기를 전혀 안내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면 갈비찜이나 불고기보다는 쇠고기무침.떡갈비등 식어도 괜찮은 메뉴로 정하자. 삼계탕.육개장.추어탕등 뜨거운 보양음식도 다른 반찬을 늘어놓지 않고 그것 하나만 준비하면 의외로 간단해 도전해 볼 만하다.

◇손님의 자세 = 약속시간은 늘 꼭 지켜야 하지만 특히 여름철 식사약속은 꼭 지켜줘야 음식준비를 하는 주부가 덜 힘들다.

맨발로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하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는 자세. 평소에는 맨발로 다니더라도 방문계획이 있다면 얇은 양말이나 덧버선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방문선물은 보관이 쉬운 것으로 고른다.

만약 주인집 냉장고가 꽉 차있을 때 생크림케이크등 꼭 냉장보관을 해야 하는 것을 받는다면 곤란하기 때문. 또 방학이라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므로 조립장난감.인형등 아이들 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여러날 묵을 계획이라면 = 하루밤이라도 잠을 잘 생각으로 남의 집을 방문한다면 잠옷을 대신할 수 있는 간편한 옷과 칫솔은 꼭 챙겨가자. 어린 아이를 데리고 간다면 이부자리를 더럽힐 수도 있으므로 큰 타올등 깔개로 쓸만한 것도 준비한다. 기간이 길어지면 가까운 호텔이나 여관등 숙박업소를 이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오래 머물 때 서로 곤란한 것이 빨래. 주인이 먼저 세탁기를 이용하도록 배려해준다.

속옷을 남의 집에 널기가 곤란하다면 일회용 속옷을 준비하는 것도 한 방법.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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