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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회교율법 엄격적용 '찬바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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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요즘 말레이시아에서는 회교율법의 확대적용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말레이시아는 토착 말레이인을 중심으로 회교도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유교를 따르는 화교를 비롯해 기독교인등 비회교도의 비중도 만만치 않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13일 수도 콸라룸푸르에 인접한 셀랑고르주에서 미인선발대회에 참가한 회교도 소녀 3명이 현장에서 체포돼 실형에 처해진 것. 이들의 죄목은 회교율법에 근거해 회교도여성의 미인대회 참가를 금하는 회교법을 어겼다는 것. 이 법은 물론 회교도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지만 엄연한 민주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특정종교의 율법을 근거로 사법권을 행사했다는게 문제다.

회교도여성들의 권익보호단체인 '이슬람자매' 는 즉각 "이 법이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은 사람들 (종교지도자)에게 인신 (人身) 구속권을 줬다" 며 "이는 정교일치 (政敎一致) 의 길을 열어준 악법" 이라고 비난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대행등 정부지도자들도 "새 회교법이 회교도들에게는 사실상 시민법과 동등한 효력을 미치고 있다" 며 일방적인 회교율법 시행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동안 말레이시아의 회교율법은 중동의 회교국가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느슨했던게 사실이다.

회교가 지배적인 나라지만 카지노와 복권판매, 경마및 주류판매가 성행하고 성적자극이 넘쳐나는 TV쇼가 버젓이 방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회교도들이 갑자기 엄격한 회교율법을 들고 나온 점이 비회교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최근 회교도들의 활동은 율법강화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이자를 금하는 회교은행, 진단과 치료보다 기도를 앞세우는 회교병원, 심지어 모든 집들이 메카를 향하도록 설계한 회교도시 건설 추진등 회교 관련사업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정부가 '회교문명' 이란 과목을 모든 학생들의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면서 회교확산에 대한 불안감은 증폭됐다.

야당은 이 조치가 회교의 가치기준을 비회교도들에게 주입시키려는 의도라며 이를 강행할 경우 "종교분쟁을 촉발시킬 가능성도 있다" 고 경고했다.

그러나 집권 말레이시아민족연합기구 (UMNO) 과 회교도측은 회교가 주류인 나라에서 "자신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은 좋은 일" 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가 중동식의 엄격한 회교국가로 갈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집권 UMNO가 한편으론 회교가치를 강조함으로써 보수적인 회교도들의 지지를 끌어내고 다른 한편으론 비회교도들의 반발을 들어 회교율법의 확대적용은 어렵다는 점을 회교도들에게 설득할 것이란 예상이다.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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