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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백, 진퇴양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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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
○·왕시 9단 ●·황이중 7단

 제7보(93~109)=장고하던 황이중 7단이 93을 결행하고 나온다. 94엔 95의 강렬한 절단. 두툼한 몸집에 사람 좋은 인상이지만 역시 그에게도 무서운 한 칼이 있다. 흑도 자충이라서 위태롭지만 97이 아슬아슬하게 성립하고 있다.

‘참고도1’의 백1은 흑 2, 4가 있다. 이 장문으로 백은 아무리 몸부림 쳐도 수가 늘어나지 않는다. A로 넘어 연결할 수는 있지만 그건 너무 비참해서 논외다. 왕시 9단은 98로 중앙을 살렸고, 황이중은 비로소 99에 찔러 후방의 백을 잡았다. 보기엔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 99의 일격으로 백이 꼼짝 못한다는 게 신기하다. 황이중의 수읽기가 묵직하면서도 정확하다.

현대 바둑은 사납다. 사즉생(死則生)의 원리를 몸으로 체득하지 못한 프로는 없다고 봐야 한다. 107도 독을 품은 수. 흐름을 탄 황이중이 여기서 끝장을 보자며 백을 코너로 몰고 있다. 왕시가 서둘러 백 대마를 안정시켰지만 아직 B로 두면 잡힌다. 다만 ‘참고도2’가 보여주듯 지금 당장은 안 된다. 백4의 약점이 있어 10까지 거꾸로 잡히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의 지형이 변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렇지 않아도 빚쟁이에 쪼들리는 백이 진퇴양난의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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