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조리사 김윤상씨

중앙일보

입력

빚 1억원 떠안고 파산, 꿈 잃지 않고 재기 꿈꿔
저렴한 가격과 맛으로 승부하는 일식당 차릴 것

“저렴한 가격, 고급 일식집에 뒤지지 않을 맛과 깔끔함, 배 부르게 먹을 수 있는 넉넉함, 이 세가지를 만족시켜 드리는 일식집을 만들겁니다.”일식조리사 김윤상(45)씨의 설명이다. 임대료가 비싸지 않은 지역에 33m²~50m²의 작은 매장, 10~15개 정도의 좌석, 테이크아웃 커피숍과 같이 포장 판매 비중을 높일 것, 가격은 1인분에 1만3000원~1만4000원, 싱싱한 초밥, 내가 주인겸 주방장으로 일하고 아내가 홀에서 서빙을 해 종업원,임대료 등 고정비 지출을 최소한으로 줄일 것…
“사업 성공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는 김윤상 씨가 4년 전부터 사업에 대한 계획을 적어나간 사업 노트에는 이 같은 세세한 내용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그의 이 같은 치밀함은 그동안 맛본 실패를 바탕으로 얻어진 것이다. 김씨는 지난 2000년 20년 조리사 경력을 바탕으로 일산에 일식집을 차렸으나 막대한 투자비와 고정비 지출을 감당하지 못했다. 개업 2년여 만에 김씨는 배달 일식집으로 업종을 바꿨다. 그러나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이후 중국집, 햄버거집에도 도전했지만 빚은 늘어만 갔다. 자영업 5년 만에 남은 것은 빚 1억원. 닥치는대로 일을 했으나 어려움만 더해가던 중 지난해 8월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고 금융권 빚을 탕감했다. 김씨에게 강남구 희망실현창구에서 5000만원을 대출해준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희망의 씨앗이었다. 그는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그 동안의 실패 요인을 꼼꼼히 따져봤다. 그 결과 고정비를 최대한 줄이고 사업 초기에는 이윤이 거의 없더라도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초밥집을 만들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직원은 부인이 퇴근하는 오후 2시 이후로 홀 서빙 한명만 둔다. 하루 매출이 50만원이 넘어서면서부터 주방 보조를 한 명 뽑을 생각이다.그는 “원가의 45%를 재료비로 쓸 정도로 맛에 신경을 쓴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화려하지는 않지만 식구들과 소박하고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을 만들어 갈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씨는 가족과 떨어져 순천에 살고 있다. 지난해 선배를 통해 순천 일식집의 주방장 자리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3월 초에는 순천 생활을 접고 서울에 올라와 매장 확보 등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다. 저와 같이 어려운 처지에 계신 분들도 분명 기회가 온다는 것을 기억하고 포기하지 말라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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