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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금융위기>3. 페소貨 방어 30억弗 쏟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페소화 폭락에 따른 불안감과 위기의식이 마닐라를 짓누르고 있다.

필리핀 유력지인 비즈니스 월드는 "동남아 통화가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다" 고 표현했다.

15일 마닐라 외환시장의 환율은 달러당 29.67페소였지만 거래액은 평소수준 (2억달러) 의 15%인 3천만달러에 불과했다.

아직 바닥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페소화 추가하락을 점치는 금융기관들이 거래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길거리 환전상들은 1달러에 37페소까지 주고 있다.

달러당 27페소를 상정해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잡아놓은 필리핀정부는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전량 수입하는 석유가격부터 흔들리기 시작, 셸석유는 휘발유 가격을 올렸다.

일간지 스타는 공공부문과 민간노동조합들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소화 폭락에 대해 아시아 개발은행 (ADB) 의 와타나베 에이치부장은 "이미 예상됐던 일" 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3년간 필리핀의 물가상승률이 연평균 10%에 달했지만 페소화는 달러당 26페소선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정치적 실권을쥐고있는 유통업자.수입업자.부동산재벌등은 고페소정책의 달콤함에 취해 있었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주종을 이루는 제조업계에서 환율현실화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필리핀의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추월, 불안한 징조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또 홍콩반환을 앞둔 불안감에 화교계.영국계 자본이 대거 필리핀에 몰리면서 마닐라 주변의 땅값은 91년 대비 4백%까지 치솟아 뚜렷한 거품징후를 보였다.

필리핀의 연간 총교역은 4백억달러에 불과하지만 무역적자는 90억달러. 그 구멍을 6백만 해외 필리핀인들의 송금 (60억달러) 과 관광수지 흑자 (10억달러) 로 메워왔다.

지난 두달동안 국제투기자본으로부터 페소화 방어를 위해 필리핀 중앙은행은 무려 30억달러를 투입, 외환보유고가 1백억달러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태국 바트화가 무너지면서 필리핀도 버티기가 힘들어졌다.

국제통화기금 (IMF) 은 필리핀에 11억달러를 긴급지원하기로 했다.

페소화 폭락을 맞은 필리핀 중앙은행과 재무부는 전쟁분위기다.

중앙은행은 페소화 가치 유지를 위해 콜금리를 15%에서 32%까지 끌어올렸다.

달러화를 사재기하는 은행이 적발되면 "엄청난 징벌을 받을 것" 이라고 경고했다.

필리핀은 특히 지난 91년 달러당 25페소에서 28페소로 페소화가 평가절하 됐을때 물가상승률이 20%에 달했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ADB의 비스바나 데사이 조사부장은 "페소화 평가절하는 양날을 가진 칼" 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번 폭락이 필리핀경제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태국 (15%) 과는 달리 필리핀은 금융기관의 불량채권 비율 (3%) 이 낮고 금융당국이 페소화 폭락으로 충분한 교훈을 얻었을 것" 이란 지적이다.

유연한 환율정책이 복원되지울 수 없다.

그러나 ADB의 비스바나 데사이 조사부장은 "페소화 평가절하는 양날을 가진 칼" 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번 폭락이 필리핀경제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태국 (15%) 과는 달리 필리핀은 금융기관의 불량채권 비율 (3%) 이 낮고 금융당국이 페소화 폭락으로 충분한 교훈을 얻었을 것" 이란 지적이다.

유연한 환율정책이 복원되고 달러 표시 임금이 하락하면 국제경쟁력이 향상되고 이에따라필리핀의 경제구조를 수출제조업 위주로 자연스럽게 전환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와타나베부장도 "태국은 경제구조의 개선이 없는한 혼란이 불가피하지만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의 통화위기는 멀지않아 진정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페소화 폭락이 동남아전체에 대한 국제투기자본의 공격에 따른 것인만큼 단기간의 심리전에서 버티기에 성공할 경우 무난히 수습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필리핀에서 연간 16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한국기업들은 불안하다.

이영생 삼성물산 마닐라지점장은 "한국 수출품의 소비자가격을 페소화 폭락분만큼 모두 반영하기 힘들다" 며 특히 최근 한국기업들의 동남아에 대한 건설.플랜트수출이 많아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 정도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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