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덕 13억경제학] 중국주식(45) “차스닥에서 대박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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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이 중국으로 가면서 자주 꺼내는 얘기가 있다. 중국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워 2~3년 후 차스닥에 등록시킬 계획이라는 게 그것이다. 어느 덧 차스닥은 우리나라 벤처기업에 '중국의 노다지 밭'으로 다가왔다. 언제 설립될 지도 모를 차스닥이 신기루와 같은 환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차스닥을 팔고다니며 투자금을 모집하는 업체도 있다. 서울에 '차스닥 펀드'가 생겼다는 얘기도 들린다. 차스닥은 정말로 우리나라 벤처기업에 다시 한 번 '대박'의 꿈을 실현시켜 줄 것인가? "

제가 2001년 여름에 쓴 책 '뉴차이나 그들의 속도로 가라'의 한 구절입니다. 8년 전에 쓴 글이지만 마치 오늘 아침에 쓴 것처럼 현실감있게 들립니다. '차스닥(CHASDAQ)' 얘기만 나오면 저는 꼭 베이징 특파원 초기였던 당시를 떠올리곤 합니다.

차스닥이라는 말이 중국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1998년 말입니다. 미국에서 나스닥이 뜨고, 한국으로 코스닥 열기가 이어지면서 중국에서도 차스닥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가 들끓습니다. IT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니 당시는 전세계적으로 벤처기업이 주목을 끌던 시기였습니다. 일본의 자스닥, 홍콩의 GEM 등 여러 곳에서 유사 나스닥이 들어섰지요. 중국 금융당국도 이를 외면하지 않았고, 차스닥(중국인들은 이를 '創業板'이라고 합니다)설립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지난 10년 참으로 곡절이 많았습니다. '설립 하네, 마네'로 갑론을박이 나왔지요. 2004년에는 '짝퉁 차스닥'이랄 수 있는 '중소기업시장(中小板)'이 선전증시에 설립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관심이었습니다. 코스닥에서 한 탕 했던 '꾼'들이 차스닥을 들먹이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요. 심지어 '차스닥'관련 책을 내는 전문가들도 있었으니까요. 돌이켜보면 참으로 웃기는 얘기입니다.

그런 차스닥이 10년 만에 빛을 보게 됐습니다. 규정은 다 완성된 듯 하고, 3월 열릴 전인대를 앞두고 통과가 확실하다는 중국 언론보도가 있습니다. 5월에 선전시장에 설립되고, 7월이면 첫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약 50개 기업이 초기 상장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1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차스닥이 등장하는 겁니다.(아래 표는 중국 증시 현황입니다. 여기에 선전시장에 차스닥이 설립되면 중국증시 구도는 더 복잡하게 되는 군요. 아래 표 참고하세요.

중국 증권업계는 차스닥이 생긴다니 반색을 하고 환영입니다. 일거리가 생겼으니까요. 특히 창투사들이 드디어 때가 왔다며 나섭니다. 그동안 꾸어왔던 '대박'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는 거지요. IT분야 기업들도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고리 사채를 쓰거나, 은행에 굽신거리지 않고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으니까요. 투자가들도 은근히 기다립니다. 증시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으로 믿고 있지요. 이래저래 중국 증권가가 차스닥으로 분위기 좋습니다.

그렇다면 차스닥은 기존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좋은 소식(good news)와 나쁜 소식(bad news)이 하나 씩 있습니다. Bad news, First.

차스닥 설립으로 우려되는 게 바로 기존 시장으로부터의 자금 유출입니다. 상하이와 선전증시는 지금 쏟아져 나오는 비유통주 물량으로 지친 상태입니다. 여기에 차스닥 신주가 쏟아져 나온다면, 정말 미칠 지경입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규모가 작으니까요. 차스닥 상장기업의 평균 IPO규모는 2억 위안이하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봅니다. 50개 기업이 동시에 상장된다고 해 봐야 100억 위안에 불과합니다. 상하이증시의 대형 IPO보다 턱없이 작은 규모입니다.

Good news를 볼까요. 중국정부는 분위기를 잡기 위해 주가를 관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차스닥이 순조롭게 출발하기 위해서는 주가가 2300~2500정도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2200 수준이므로 좀더 올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증시는 올들어 10%안팎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차스닥 설립은 전반적으로 기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차스닥 그 자체입니다. 증시 설립 초기 차스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투자자금이 대거 이 시장으로 몰려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열될 것이라는 것이지요. 게다가 시장규모가 작기에 금방 달아오를 수 있습니다. 꾼들이 한 판 벌리기에 딱 좋은 시장이 올 거라는 얘깁니다. 중국정부가 어느 정도 시장통제를 할 지는 미지수지만, 초기 과열은 막기 어려울 듯 싶습니다.

그러기에 일각에서 '중국에 또다른 도박장이 하나 설립된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세렝기티의 하마가 침을 질질흘리며 누때가 강 건너기를 기다리고 있듯, '꾼'들은 지금 차스닥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침을 질질 흘리며 말이지요.

우리에게도 대박이 올 수 있을까요?

먼저 개인투자가. 투자가들이 직접 차스닥에 투자할 길은 막혀있습니다. 몇 몇 국내 QFII를 통해 직접투자를 할 수 있겠지만, QFII가 그 시장으로 가기에는 너무 좁습니다. 직접투자는 안 되겠네요.

그다음 창투사. 우리나라 창투사들의 경험이라면 중국에서 좋은 업체를 발굴하고, 돈을 쏘고, IPO하고, 그래서 대박을 터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중국비즈니스의 기반을 깔아 놓은 창투사가 몇이나 될지는 따져봐야 할 일입니다. KTB정도가 아닐까요? 물론 장기적으로 한국 창투사의 중국비즈니스가 커 질 수는 있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업. 중국진출 국내기업 중에서 차스닥에 상장할 수 있는 업체가 있을까요? 당장은 없어 보입니다. 제도적으로도 외국 투자회사가 상장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가능해도 먼 훗날의 일처럼 느껴집니다.

그들이 벌린 도박장에 당장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떡은 별로 없어보입니다.

한우덕
Woody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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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고지한 대로 이 달 '13억 경제학' 오프라인 모임이 12일 열립니다. 주제는 중국 내수시장 공략입니다. 승병근 윈윈차이나 사장을 초대합니다. 그는 내수시장 진출방안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크린랩 신화'를 일군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중국 내수시장 전략의 달인'이라고 해야겠습니다. 그를 통해 중국 내수시장 진출의 해법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막연한 중국시장이 아닌 현실적인 시장 상황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애매한 말보다는 구체적인 진출 방법을 제시합니다.

주제 : "중국 내수시장, 송곳처럼 파고들어라"
강사 : 승병근 윈윈차이나 사장
시간 : 2009. 2. 12.(목요일) 오후 6시 30분.
장소 : 신청자에 한 해 2월10일 오전 통보
신청 : 이메일 신청 woodyhan@naver.com
성명, 핸드폰번호, 하시는 일 등을 위 이메일로 보내주십시요.
참가비 : 20,000원(강의료, 강연장 임대, 간단한 석식)
* 학생은 무료.

회를 거듭할 수록 오프라인 모임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실망키지지 않도록 내실있게 꾸미겠습니다. 이번에도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누구나 참석하실 수 있습니다.

'13억 경제학' 블로그는 언제나 실사구시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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