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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을 두텁게] 현장점검-신빈곤층 사각지대 <하> 남양주시 희망케어센터가 보여준 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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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그러나 이씨에게 희망이 찾아왔다. 최근 딸의 교복·교재값 등으로 100만원을 후원 받았다. 시커멓게 곰팡이 핀 벽지와 장판도 곧 갈게 된다. 남양주시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희망케어센터’ 소속 사회복지사가 지난달 집을 방문해 형편을 확인한 후 도움을 주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남양주시 서부희망케어센터 신영미 센터장과 주형귀 복지사(오른쪽부터)가 6일 한 가정을 방문해 형광등을 갈아주고 있다. [안성식 기자]

2007년 남양주시 4곳에 문을 연 희망케어센터는 복지 현장 행정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 사회의 다양한 민간 자원을 활용해 복지 행정의 공백을 메워 준다. 사회복지사와 간호사가 상주하며 현장 위주의 서비스를 한다. 기초 수급자 기준을 넘어 혜택을 못 보는 사람에게 민간 복지단체와 연결해주면서 신빈곤층 지원 사각지대를 메운다.

희망케어센터 덕분에 일선 동사무소의 사회복지사들의 업무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서부 희망케어센터 신영미 센터장은 “제대로 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위기 가정을 직접 찾아 발굴해야 하는데 읍·면·동 복지공무원들은 행정업무에 치여 현장조사는 엄두도 못 낸다”며 “이곳에선 복지사 3명, 간호사 1명이 팀을 이뤄 현장조사에 집중하기 때문에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양주시는 희망케어센터 4곳의 운영을 민간기관에 위탁하고 예산(연간 7억원)만 지원한다. 각각의 희망케어센터는 각계의 후원금을 받아 기초수급이나 긴급복지제도로는 서비스할 수 없는 영역을 도맡아 한다. 지역 민간 복지단체와 자원봉사자 등과 연결해 집수리에서 무료 학원 수강 같은 다양한 혜택을 준다. 예컨대 희망케어센터가 생기기 전엔 한겨울에 보일러가 터져 집수리를 요청해도 즉각적인 지원이 안 됐다. 그러나 연간 대여섯 건에 불과하던 집수리 지원 서비스가 지금은 200건이 넘었다.

남양주시 우상현 주민생활지원과장은 “동사무소 복지사들은 일선 주민센터에서 처리할 수 없는 것까지 지원해 달라는 요청에 시달리면서 심적 부담을 많이 느낀다”며 “희망케어센터가 그런 요구까지 수용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복지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복지부는 일선 읍·면·동에 행정인턴을 배치한 데 이어 전국 시·군·구에 평균 5명씩 사회복지 계약직을 채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한 행정 공백을 채울 수 없다. 그렇다고 무한정 공무원을 늘릴 수도 없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선빈 수석연구위원은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러나 인력을 무한정 늘릴 수 없는 현실에서 민간 협력 등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사회연구원 강혜규 박사도 “동사무소 복지사들은 실제 도움을 줄 수도 없는 전화민원 등으로 본연의 업무 진행에 많은 지장을 받는다”며 “시스템을 개편해 복지사들의 시간 낭비를 줄이기만 해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동사무소가 맡고 있는 기초노령연금과 의료급여 업무를 국민연금공단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위탁하는 것도 복지 행정의 숨통을 틔게 할 수 있다.

사회복지통합관리망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중요하다. 복지 서비스의 기준과 절차가 워낙 복잡한 데다 국세청·국토해양부 등에서 여러 자료를 받느라 업무 시간을 허비하던 것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는 11월 통합 DB가 구축되면 열흘 걸리던 복지사들의 기초자료 조사 시간이 5일로 준다.

글=안혜리·강기헌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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