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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회교분쟁 재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한동안 뜸했던 필리핀 회교분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필리핀 정부와 회교반군의 주력세력인 모로 국민해방전선 (MNLF) 이 임시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 한때 멈췄던 회교반군들의 테러행위가 최근 다시 시작되자필리핀 정부군이 대대적인 토벌작전에 나선 것이다.

양측은 카톨릭.회교분쟁으로 피폐된 남부지역의 회생을 위해 99년 국민투표때까지 정부가 회교주민들이 많은 남부 14개주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대신 MNLF는 테러행위를 멈춘다는데 동의한 바 있다.

이로써 지난 24년간의 회교분쟁은 종식되는 것처럼 보였었다.

그러나 최근 MNLF의 기조에 반발하는 일부 회교반군들이 조직 운영자금을 마련한다는 명분아래 주민 납치.살해등 과격한 테러행위를 재개하면서 평화협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번 반군소탕 작전의 발단은 MNLF의 분파인 강성 (强性) 모로 이슬람 해방전선 (MILF) 이 지난달 16일 민다나오섬의 국영 정유회사 소속 근로자 43명을 인질로 잡고 몸값을 요구한 데서 비롯됐다.

이 사건은 정부군 투입으로 10여 시간만에 별 다른 사상자없이 끝났으나 반군들의 테러에 불안을 느낀 주민들이 정부에 반군소탕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자 정부군이 투입된 것이다.

정부군은 지난주 민다나오섬 중심 5개 주에 중무장한 2개여단을 파견, MILF의 본거지인 라자무다 지역을 급습했다.

이 과정에서 MILF 반군 수십명이 사망했으며 정부군측에서도 여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1천5백여명에 이르는 반군들이 현재 코타바토 지역으로 도주중이며 추격중인 정부군과 국지전을 벌여 분쟁지역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군측 대변인은 "이번 사태는 MILF의 상습적인 납치.유괴행위에 따른 것이며 테러행위가 근절될 때까지 토벌적전은 계속될 것" 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는 그러나 지난해 맺은 평화협정은 아직 유효하며 평화를 원하는 회교 반군들과는 분쟁종식을 위한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MILF측은 "정부군의 추격이 계속되는 한 협상은 진전될 수 없다" 며 "최근의 사태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원하는 라모스 대통령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전쟁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며 MILF가 그 희생양이 되고 있다" 고 정부를 강력히 비난했다.

임봉수 기자

<사진설명>

모로 이슬람 해방전선 소속 병사들이 정부군에 쫓겨 민다나오섬 산악지대로 도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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