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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북부 58년 만에 최악의 가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중국 중부와 북부 지방이 58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월 중남부 지역에 몰아닥친 폭설 피해와 5월 쓰촨(四川) 대지진에 이어 올해도 연초부터 자연재해가 중국 대륙을 괴롭히고 있다. 가뭄으로 보리와 밀이 자라기도 전에 말라죽는 바람에 농작물 파동이 우려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4일 “가뭄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항한(抗旱·가뭄과의 싸움)공작’에 만전을 기하라”며 사실상 전쟁을 선언했다.

◆넓은 지역에서 극심한 가뭄=이번 가뭄은 중국의 11개 성에 광범위하게 몰아닥쳤다. 중국 농업부에 따르면 허난(河南)·허베이(河北)·베이징(北京)·안후이(安徽)·산둥(山東)·산시(山西)·간쑤(甘肅)·산시(陝西)·장쑤(江蘇)·장시(江西)·칭하이(靑海)성 등 중부와 북부의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가뭄 피해가 발생했다.

가장 심한 곳은 허난성. 중원(中原)평원이 있는 곡창지대인 허난성은 1951년 이후 최악의 겨울 가뭄을 맞았다. 100일 이상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 허난성 전체의 63%가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최대 담수호인 장시성 포양호(<9131>陽湖)는 수위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인공 강우로 비가 많이 내렸던 베이징은 최근 100일간 강수량이 0.1㎜에 그쳐 38년 만의 가뭄을 겪고 있다. 이번 가뭄으로 허베이성에서 40만 명이 식수 부족을 호소하는 등 전국적으로 370만 명이 식수난을 겪고 있다. 중앙 정부는 중부와 북부의 가뭄 피해 지역에 1급 경보를 발령하고 11개 비상대책반을 급파했다.

◆국제 농산물 가격 파동 우려=가뭄은 중북부 지역 등의 곡창지대를 강타해 광범위한 지역에서 농작물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전국 밀 재배 면적의 43%에 해당하는 1억4500만 무(畝·1무는 약 666㎡)가 가뭄 피해를 보았고, 5692만 무는 수확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중국 밀의 25%를 생산하는 허난성은 재배 면적의 64%가 피해를 보았다. 허난성 당국은 가뭄 경보를 발령하고 장비를 동원해 물 대기를 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산시성에서도 밀과 보리밭이 말라가고 있다. 산둥성은 보리밭의 60%인 3324만 무가 큰 타격을 입었다.

전 세계 밀의 16%를 생산하는 세계 2위 밀 수출국인 중국의 올해 밀 생산량이 급감하면 국제 곡물 가격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허난성 정저우(鄭州)에서 거래되는 밀 선물 가격은 이번 주 들어서만 5% 폭등했다.

사람뿐 아니라 가축 185만 마리도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가축이 집단 폐사하면 2007년의 돼지고기 가격 파동이 다시 생길 수도 있다.

◆올봄 황사 악화 전망=중국 기상국은 “겨울 가뭄이 3월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했다. 봄 가뭄까지 겹치면 올봄 황사는 예년보다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상국 쭝즈핑(宗志平) 수석 예보원은 “대기 환류에 이상이 생겨 가뭄이 심해졌다”며 “인도양의 벵골만 일대에서 형성된 비구름이 중국 대륙 강수량의 주요 원천인데, 대기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서 습한 기류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올림픽을 전후해 인공 강우를 무리하게 시도하면서 대기 흐름을 왜곡시켰기 때문에 대자연의 역습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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