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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豫決委부터 상설화하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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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 국회의 상임위원회는'상설(常設)'이 아니다.국회 문여는 것조차 여야협상에 따라 정하는 판이니 상설위원회가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 모른다.현재 상임위는 문을 열어놓고 있다.일다운 일을 하지 않을 뿐이다.대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편짜기에 정신팔려 있는 마당에 입법부의 역할을 거론하는 것조차 겸연쩍다.하지만 민주주의 한다면서 국회활동이 국민들의 관심 밖이라서야 말이 되는가. 마침 중앙일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선심성 예산을 크게 늘리지 않을까 하는 국민들의 우려를 전하고 있다.같은 조사는 매년 가을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에 대해'국회를 믿을 수 없다'(55.7%),'대체로 미흡하다'(34.2%) 등 심각한 불신현상을 밝히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의 선량(選良)들은 대통령만들기에 앞서 자신들의 존재이유부터 헤아려봐야 한다.삼권분립에 따른 입법부의 위력은'돈주머니'를 쥐고 있기에 가능하다.예산.결산문제를 소홀히 다루는 한 국회의 정상적 기능은 기대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행정부의 모든 활동은 의회의 레이더망에 잡힌다.사업에 드는 돈이 어김없이 의회를 거쳐가기 때문이다.그래서 미의회활동 가운데 예산.결산심의는 거의 연중 계속된다.

미정부 장관들의 의회출석 가운데 상당부분이'돈 타내기'활동이다.의원들 앞에서 돈이 필요한 사유를 조리있게 설명해야 하며 정부시책 또한 이 과정에서 공론화된다.한편 의회의 예산심의 과정에 유권자와 이익단체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때문에 예산논의 절차는 여론수렴 과정의 의미도 갖는다.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우리 국회에선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집권당이 여당'이란 논리는 미국의 경우 큰 의미가 없다.미 의회에선 여.야 구분보다 다수.소수당의 차별이 더욱 선명하다.클린턴 민주당대통령에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지배하는 다수당의 조화 속에 의회소수당인 민주당은 대통령과 공화당지도부간의 정책야합에 골머리를 앓는다.민주당대통령이 공화당지배 의회로부터 돈을 얻어내자니 이같은 일도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 국회도 마땅히 할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예산.결산심의 권한부터 철저히 챙겨야 한다.미 의회처럼 행정부의 예산실(OMB)에 버금가는 방대한 예산.결산 전담기구(CBO)를 갖는 일이 요원하다면 우선 예결위부터라도 상설화하는 것이 국회의 본래 힘을 찾는 첫걸음이다.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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