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 팬카페' 개설자 "후임자에게 운영권 넘기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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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서남부 연쇄살인 피의자 강호순의 인터넷 팬카페 개설자가 “후임 매니저에게 조만간 운영권을 이양하고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카페를 폐쇄할 의사가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카페 개설자는 5일 새벽 “짧은 기간 동안 범죄자 인권 또한 존중 받아 마땅하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주장이 이토록 많은 '돌팔매질'을 불러올 줄 몰랐다”면서 이같이 썼다.

그는 “강호순씨를 비롯한 범죄인들의 인권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여지를 두어 편향된 여론이 균형을 이루는 데 미약하게나마 기여하기 위해서라도 이 카페는 존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온라인이라는 활동범위의 제약을 근거로 본 카페의 역할론을 부정하며 ‘소용없는 짓’이라고 규정하지만, 모종의 ‘잔상효과’를 통해 앞으로 범죄와 관련한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그 이슈를 접하는 일반 대중에게 두고 두고 범죄자의 인권이 상기되게 함이 본 카페 최대목적이며, 우리는 그 가능성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도 했다.

카페 개설자는 “설사 어떤 이가 짐승과 같은 일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 사람 역시 인권을 존중 받아야할 사람임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비록, 강호순씨가 7명의 부녀를 연쇄 살해하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사실조차 천부된 권리를 박탈 할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개설자는 피해자 인권에 대해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여 구태여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지, 결코 희생자의 인명과 인권에 대해 경(輕)하게 여기고 있지 않음을 밝힌다”면서 “애초 그러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표하지 않아 발생한 군중과 카페가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일부 잘못을 시인하고 잔혹한 범죄의 희생양이 된 고인과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GreatKiller’라는 카페 운영자의 별명과 ‘팬 카페’ 명칭에 대해서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에 공감해 별명은 즉시 다른 것으로 바꾸고 ‘팬 카페’를 ‘모임’으로 대체하려 했지만 네이버 정책상 6개월 동안 카페명을 수정할 수 없어 네이버 측에 꾸준히 별도의 문의를 하는 한편 후임 스텝에게도 이에 대한 책임을 유보할 생각이다”고 적었다.

개설자는 후임 운영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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