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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섬진강, 24m 화폭에 흐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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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버들가지.바위돌.물안개 등 섬진강의 아름다운 자연을 어느 것 하나 빠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많은 것을 화폭에 담다 보니 그림이 좀 커졌습니다. 섬진강의 멋을 절반밖에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민중화가인 송만규(49)씨는 10일부터 16일까지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섬진강을 소재로 한 대형 그림전시회를 열고 있다.

그는 '섬.진.강 흐르는 강을 따라 걷다'라는 주제로 그림 30여점이 선보였다. 특히 섬진강의 겨울을 묘사한 길이 24m(제목 '언강'), 21m(제목 '새벽강')짜리 대형 그림 두점이 눈길을 끈다. 전북 순창군 동계면 구미리 일대 10여㎞의 섬진강 상류를 축소해 그린 그림들이다.

"당초 20호짜리 그림을 그릴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섬진강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 선생처럼 하루에도 수십번 강가를 거닐었죠. 실제 경치에 가깝도록 수백장을 부분 스케치했고 이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는 2001년 봄 순창군 동계면에 빈 초가를 얻었다. 가족과 떨어져 '기러기' 생활을 하면서 3년여 만에 그림들을 완성했다. 그림이 워낙 커 마땅한 이젤이 없었고 그래서 그는 길이 7m정도 되는 방 네개 벽면을 모두 이용했다.

2m가량의 화선지 10여장에 섬진강 강물의 흐름을 연속으로 그린 뒤 지난달 초 전주초등학교 강당을 빌려 모든 그림을 연결해 마무리 작업을 했다.

그는 전국 화랑계에서 표구를 거부당하자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전시장 두개 벽면에 걸쳐 걸었다.

송씨는 "앞으로 이 그림이 규모가 큰 갤러리나 아트센터 등에 걸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미술평론가 최열씨는 "송씨의 그림에는 잔재주를 피운 흔적이 없고 섬진강의 아름다움을 솔직 담백하게 표현해 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씨는 이 전시회에 부쳐 '마침내, 흐르는 강물을 따라 흐르다'라는 시도 발표했다.

이번 전시회로 '민중화가'에서 '섬진강 화가'로 변신한 송씨는 1970년대 기독교단체에서 인권운동을 시작해 80년대 민중미술운동의 선두에 섰던 수묵화가다.

원광대 미대를 졸업한 그는 민족민중미술운동전국연합(민미련) 창립을 주도해 초대 공동의장으로 활동했으며,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걸개그림을 주로 그렸다. 송씨의 개인전은 이번이 네번째다.

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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