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방송 3사 탄핵보도 편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방송위원회의 의뢰로 지상파 방송 3사의 '탄핵 관련 방송'을 분석해 온 한국언론학회가 최근 일부 프로그램의 편향성을 강도 높게 지적한 보고서를 방송위에 제출했다.

96시간분의 방송을 분석한 보고서는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탄핵 방송이) 공정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특히 MBC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인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의 경우 '파괴적 편향'을 보였다며 "스스로 만든 공정성 규범의 토대마저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방송위는 보고서를 기초로 조만간 제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분석 결과=탄핵 관련 뉴스에서 시민 인터뷰 비율은 탄핵 반대쪽이 찬성쪽의 4배에 달했다. 자막도 30.2%(탄핵 반대)와 19.1%(찬성)의 비율을 보였다. 이 차이는 시사.교양.정보 프로그램에서 더 컸다. 방송 3사는 탄핵 반대 촛불시위를 16건 보도한 데 비해 탄핵 찬성 시위는 한건 밖에 내보내지 않았다. 앵커 멘트도 탄핵 반대가 27건이었고, 긍정하는 멘트는 SBS의 단 한건이었다. 특히 MBC는 편향적 앵커 멘트의 70% 이상을 윤색적인 형용사나 주관적인 표현을 썼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MBC '신강균…'의 경우 11개 리포트 모두를 탄핵 반대를 두둔하는 데 할애했고, 앵커 멘트 11건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뷰의 편향성도 두드러져 KBS 특집 '대통령 탄핵-대한민국 어디로 가나'는 31(탄핵 반대)대 1, KBS '미디어 포커스'는 7(탄핵 반대)대 0 등의 수치를 보였다.

◆'억울한 약자'와 '부당한 강자'=보고서는 방송 3사가 탄핵 관련 보도에 있어 '억울한 약자'와 '부당한 강자'의 프레임을 이용한 뒤 전자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방향으로 방송했다고 분석했다. 약자를 민주세력으로 부각시키고 강자를 비민주 세력으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또 뚜렷한 근거 없이 국민의 심리상태를 '충격''당혹''격렬''절망' 등의 단어로 묘사했다.

보고서는 "방송이 논쟁적 사안에 섣불리 나서 주관적 판단을 내린 뒤 어느 한편을 비방하기 시작하는 대목에서 여론의 소통 경로는 차단된다"고 주장했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