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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음식에 담긴 항암의 지혜 - 대한 암예방학회 심포지엄서 재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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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된장.고추장.김치등 우리의 전통 음식에서 암예방의 지혜를 배우자.' 서구식 식생활의 유입으로 빛을 잃었던 전통음식들이 국내 암예방연구의 조명을 받아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27일 대한암예방학회(회장 윤택구)가 주최한'암의 화학적 예방'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선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온'전통식품의 항암성'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쏟아졌다.

지난 69년 美 타임지에 암을 일으키는 식품으로 대서특필됐던 된장.메주에 기생하는 곰팡이가 강력한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을 생산한다고 해서 외국에서는 그동안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아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번 부산대 암연구소 박건영교수(식품영양학)의 연구에 의해 그 혐의(?)가 완전히 벗겨졌을 뿐 아니라 오히려 훌륭한 암억제식품이라는 영예를 안게됐다.

박교수는 된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플라톡신이 1백% 제거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우선 메주를 소금물에 띄우는 과정에서 단백질에서 분해된 아미노산이 아플라톡신을 파괴한다는 것.또 재래식 된장의 숙성과정에 들어가는 숯 역시 아플라톡신을 흡수하고,이때 생성되는 갈색물질도 아플라톡신을 파괴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재래식 된장은 일본 된장보다는 3배 이상 그리고 청국장이나 상품화된 된장보다 월등히 높은 발암억제 기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 날콩을 삶게 되면 암억제 성분이 파괴되는데 비해 된장은 국이나 찌개를 끓여도 발암 저해능력에 전혀 변화가 없었다.발암모델 균주를 이용한 실험에서 날콩은 66%,삶은 콩은 53%,된장은 1백% 항돌연변이 효과가 나타났다. 〈그래프 참조〉 된장의 항암역할은 크게 세가지.먼저 콩이 가지고 있는 단백질 분해 저해물질(트립신 인히비터)이 암세포의 성장을 막는다.콩을 삶으면 항돌연변이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이 물질이 일부 파괴되기 때문. 다음은 된장에 다량 포함된 제네스테인이라는 항암물질의 효과.콩에 함유된 이소플라본이 발효과정을 통해 제네스테인으로 바뀌면서 콩보다 높은 항암성을 나타낸다.박교수는“특히 제네스테인은 유방암과 암전이를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는데 한국여성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방암 환자가 적은 것도 이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콩기름에 들어있는 유리지방산인 리놀레산은 항암효과 뿐 아니라 자연살해세포를 활성화시켜 면역능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항상 섭취하는 김치는 암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서울대의대 병리학교실 장자준교수는 김치의 재료인 고추.마늘.배추를 대상으로 발암 예방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은 폐암을,마늘의 아릴설파이드는 간과 위.방광.갑상선암,그리고 배추의 주성분인 인돌-3-카비놀은 위암 발생을 각각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배추는 발암 전단계에선 암을 억제했지만 이미 생긴 뒤에는 암을 촉진하는 이중적 효과를 보였다.야채위주 식단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귀가 솔깃한 연구결과도 나왔다.한국과학기술원 정안식교수(생물과학과)는“엽록소의 일종인 클로로필린이 발암물질 벤조피렌의 세포내 흡수를 방해,암발생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벤조피렌은 태운 육류나 담배의 타르에 다량 함유된 발암물질.따라서“구운 고기를 야채에 싸먹는 등 야채위주 식생활과 녹차등 잎을 이용한 차문화는 암을 예방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정교수는 설명했다. 고종관 기자

<사진설명>

한 겨울 메주로 재래식 된장을 만들고 있다.된장,김치 등 전통식품이 훌륭한 항암식품이라는 연구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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