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부드러운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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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상임위원회의에 앞서 박근혜 대표(左)가 박희태 국회부의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한나라당 의원 22명이 지난 7일 영화를 관람했다. 강성 이미지의 이재오.김문수 의원은 물론이고 이계진.고진화.송영선 의원 등 초선들도 함께했다. 부부동반이었다.

당내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국발연) 소속 의원들이다. 이재오.정두언.이혜훈 의원 등 10명은 10일 현역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도 창단하기로 했다. 방송인 출신 박찬숙 의원이 단장을 맡고, 가을께 첫 작품을 국회 내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연성(軟性) 정치 바람이 일고 있다. 의원 모임마다 딱딱한 형식의 정치행사에만 국한하지 않고 문화활동 같은 생활밀착형 행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발연 공동대표인 공성진 의원은 단체 영화 관람에 대해 "딱딱하고, 권위주의적인 한나라당 이미지를 탈색하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재섭.맹형규 의원 등이 주도하는 또 다른 당내 모임인 '국민생각'은 TV토론 프로그램 PD들을 초청해 방송 토론의 노하우 등을 배우기로 했다. 방송 토론 등에서 열린우리당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행보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민생 현장을 찾는, 이른바 '하방(下放.1950년대 중국 공산당이 관료주의.종파주의를 방지하기 위해 당 간부들을 농촌이나 공장에서 생활하게 한 정책)'을 준비하는 모임도 늘고 있다.

소장 개혁파 모임인 수요공부모임은 당 기반이 취약한 호남의 민생 현장을 방문하고, 현지 대학생들과 자매결연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국민생각' 역시 소그룹으로 나뉘어 농촌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

이 같은 연성 정치 바람에 대해 극단 '여의도' 창단을 주도한 이재오 의원은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딱딱한 정치권력보다 부드러운 영향력이 국민 가슴 속에 깊고,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승희 기자 <pmaster@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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