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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꾸밈없는 정직한 록 돋보인 무대 윤도현밴드 콘서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순수와 정직이라는 기본적 덕목이 사어(死語)가 된듯한 요즘이다.

그러나 윤도현밴드의 공연장에 가보면 이들 덕목이 우리곁에 살아숨쉬고 있음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청중을 붕 띄워 어디론가 데려가는,주술에 가까운 파워풀한 무대매너는 듣는이로 하여금 눈물을 글썽이게하는 아름다움이 있다.더벅머리에 금박치장 하나없는 투박한 로커에게 소녀팬들이 한층 더 열광하는 이유는 그녀들에 가해지는 일상의 억압을 정확히 타격해주는 원초적 생명력 때문이다.

직선적이고 거친 록을 성실하게 밀어붙인다는 점에서 그들은 아일랜드그룹 U2의 초기시절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여늬 록밴드와 달리 무대에서 좀처럼 외국곡을 부르지 않는 그들이 이번 소극장 무대(지난달20~26일 서울대학로라이브극장)에서 U2의 초기히트곡'위드 오어 위드아웃 유'를 부른 점은 시사적이다.

밴드의 기관차 윤도현의 보컬은 고음에서나 저음에서나 목소리가 변함없는'통소리'가 특징이다.2집을 발표한 지금은 이 통소리가 더욱 단단해져있고 수백회에 이르는 공연경력에 힘입어 감정조절과 색채다변화의 싹도 어렴풋이 보이고있다.

록계에서 드물게 알차고 신뢰감 높은 이 목소리는 데뷔시절 닥치는대로 질러대고픈 욕구를 참고 포크등 록의 뿌리부터 착실히 익힌 바탕에 힘입은 듯하다.그를 동경하는 록보컬 지망생들이 배우고 들어가야 할 부분이다.

그와 함께 밴드를 이룬 멤버들도 제각기 뛰어난데 특히 강호정의 건반은 기교를 넘어 어떤 영감을 기대해볼 수 있는 소지가 보인다.

공연장에서 그들에게 쏟아지는 대중적 인기와'저항로커'라는 평단의 평가는'자신들만의 원초적인 록'을 지향하는 그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며 그들은 이를 잘 알고있는 듯하다.“여러분이 우리노래를 칭찬하고 좋아하는 이유가 메시지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흥겹기 때문인지 모르겠다”는 윤도현의 공연도중 발언은 청중반응의 모순성을 지적하기 이전에 로커로서 본인의 딜레마를 표현한 것인지 모른다.그같은 딜레마는 시대속의 음악을 고민하는 뮤지션에게는 어쩌면 당연하다.윤도현밴드의 미덕은 그 딜레마를 대중앞에 솔직히 드러내고 함께 답을 찾자고 외치는데 있을 것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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