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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들꽃 천지' 태백, 돌아가니 지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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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 집에서 승용차로 출발해 집까지 승용차로 들어오는 여행이 가장 편하다.

대중 교통이 아무리 편하다지만 승용차의 안락함에는 견줄 바 못 된다.문제는 주말 교통체증. 여기에도 여행.답사 단체는 나름의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분주령 가는 길. 지천으로 깔린 노랑 야생화는 미나리아재빗 과의 개구리갓. 남녘에선 이미 5월에 다 진 꽃이다. 해발 1300m의 이 고지에선 8월까지 종을 달리하며 야생화가 피고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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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로 6시간 여정이 관광버스로는 2시간 가까이 당겨지는 건 버스 전용차선 말고도 다른 비결이 있다는 얘기다.

여행.답사 단체들이 귀띔한 노하우는 고속도로상의 상습 정체 구간을 피해 국도를 이용하는 것.

이른바 우회도로 전략이다. 고속도로만큼 시원하게 뚫린 국도를 타고 달리는 맛도 여행의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더욱이 이런 우회도로 정보는 이번에 week&이 제안하는 여정 말고 다른 여행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강원도 태백. 좋다는 건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너무 멀다. 해서 쉬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주말에 가벼운 나들이로 태백을 결심하는 이들이 적은 이유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길목만 잘 파악하면 가능하다. 주차장과 다름 없는 고속도로에서 남들이 한숨만 쉴 때 당신은 자동차 핸들을 두드리며 콧노래를 흥얼댈 수 있다. 정체 구간을 피하는 요령만 안다면 말이다.

◆ 영월에서 태백으로=토요일 오전 7시 서울 집을 나선다. 영동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를 지나 38번 국도를 탄다. 서울을 뜬 지 3시간이 안 돼 영월 읍내에 들어선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장릉을 권한다. 단종의 묘다. 열두살에 왕이 됐다가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로 쫓겨난 뒤 숨진 단종의 무덤이다. 입장료 성인 1000원, 어린이 500원. 점심은 장릉 건너편 장릉기사식당(033-374-3340)에서 보리밥(1인분 5000원)을 먹었다. 오후엔 청령포에 들어간다. 단종의 유배지. 삼면이 물로, 나머지 한면이 수직절벽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다. 곳곳에서 단종의 흔적을 만난다. 배를 잠깐 타는 데 1000원. 다시 차를 몰아 태백을 향한다. 태백 초입에서 414번 시.군 도로를 타고 만항재에 오른다. 해발 1330m. 뭍에서 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다. 태백 사람들이 즐겨 찾는 드라이브 코스. 만항재에서 내려와 태백시내에서 숙소를 정한다. 저녁은 태백역 근처의 한정식집 정원(033-553-6444)을 추천한다. 궁중정식 1인분 2만원.

◆ 분주령 트레킹=다음날 오전 7시. 38번 국도를 타고 두문동재 옛길을 향한다. 두문동재는 터널이 뚫리기 전의 고갯길. 고개로 가는 길의 용연동굴 입구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미성가든(033-553-8177), 청국장 1인분 5000원. 고개를 오르다 보면 너덜샘을 만난다. 낙동강의 실제 발원지라고 소문난 곳. 미리 물통을 준비해 물을 받는다. 두문동재 정상에서 트레킹이 시작된다. 자연생태 보전지역이란 팻말 뒤로 오솔길이 나있다. 이 길을 따라 산으로 들어간다. 해발 1100m에서 시작된 산행이라 1300m 고지도 그리 숨 가쁘지 않다.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능선을 따라 걷는다. 40분쯤 능선을 거닐면 금대봉 직전 노란색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대로 10여분 산길을 내려가면 고목나무 샘을 만난다. 여기에서 되돌아올 수도 있다. 그러면 왕복 2시간의 트레킹. 욕심을 더 낸다면 분주령까지 계속 나간다. 왕복 3시간30분은 족히 걸린다. 트레킹이 끝나면 얼추 정오다.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서울로 향한다.

◆ 우회 도로 정보=성공적인 여행은 귀경길에 달려 있다. 우선 제천까지 38번 국도를 타고 간다. 그리고 중앙고속도로를 타지 말고 38번 국도를 내처 달린다. 원주.충주 이정표를 따라가야 제천 시내로 안 들어가고 외곽도로로 충주까지 갈 수 있다. 그리고 감곡 나들목에서 중부내륙 고속도로에 오른다. 여기에서 여주까지는 불과 15㎞. 여주 나들목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탄 뒤 호법 나들목에서 제2중부 고속도로로 바꾼다. 이 길은 일요일 오후 한두 시간을 단축한다. 문막에서 여주까지는 지독한 정체지역. 이 구간을 피하기 때문이다. 여주부터 호법까지는 편도 4차로가 시원스레 나 있다. 여기에서 하나 더. 여주 휴게소에서 반드시 쉰다. 서울까지는 휴게소가 없다고 생각할 것. 제2중부 고속도로에 이천 휴게소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 휴게소를 나오면 제1중부 고속도로로 이어진다. 굳이 제2중부를 계속 타야 하는 이유는 나들목이 없기 때문이다. 제1중부엔 서울까지 나들목이 3개 있다. 이 구간의 나들목은 나는 차보다 드는 차가 훨씬 많다. 이대로라면 일요일 오후 '태백~서울'은 4시간대 거리가 된다.

일정 추천=승우여행사(02-720-8311)

글=손민호 기자<ploveson@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독자 모델=이원근.이현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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