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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생활은 뱀과 같아, 물리면 죽지만 삼키면 藥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SUNDAY

“군 복무에 필요한 자질을 갖추지 못하는 젊은이는 생계 유지에 필요한 자질도 갖추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35대 대통령인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한 말이다.
군 복무는 케네디의 말처럼 생활인에게 필요한 품성과 자질을 연마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군 복무는 그러나 녹록하지 않다.

“사랑은 일종의 군복무다”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사랑에도 애달픔이 따른다는 이 속담의 재치에 대한 감탄이 가시면 우리는 군 복무의 힘겨움을 떠올리게 된다.
군 생활의 어려움을 더는 데 군종 제도가 한몫한다. 군종 장교들은 종교에 따라 군목(개신교)·군종법사(불교)·군종신부(가톨릭)·군종교무(원불교)로 불린다. 이들의 수고 덕분에 믿음이 정신 전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너는 내 아들’ 찬양으로 평안 찾은 병사
어느 훈련병이 군목에게 보낸 편지를 읽어 보자.
“목사님, 성함도 모르고 정말 죄송합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든 훈련병 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이제 후반기 교육을 받으러 떠납니다. 훈련소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며 한 주 한 주를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힘든 시기에 입대했습니다. 처음 교회에 왔을 때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너는 내 아들’이라는 찬양의 눈물로 하나님에 대한 원망을 씻어 내자 그 자리에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그 뒤부터 훈련병 생활은 탄탄대로였습니다. 하나님이 저를 이곳에 보낸 이유를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갖게 된 것은 가장 힘든 시기에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해 주신 목사님의 수고와 노력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이 편지를 받은 군목은 이정우(47) 중령이다. 신세대 사병들은 그에게 마음을 주었고, 그는 그들의 신앙을 다져 군 생활의 밑천이 되게 했다. 사병들을 아들처럼 대하는 이 중령의 마음이 이 훈훈한 스토리의 비결이다.

이 중령을 만나러 28일 성남에 있는 육군종합행정학교(일종의 군 교육기관)를 찾았다. 그는 장로회신학대(1985년)와 동 대학원(88년)을 졸업하고 군종 46기로 88년 임관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군종 장교는 어떤 일을 합니까.
“군종 장교는 지휘관의 참모로서 장병들을 선도하는 활동을 합니다.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우며 상담으로 그들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꿉니다. 영창을 방문하고 입실 환자들을 교도하는 등 입체적인 활동을 수행합니다.”

-어떻게 하면 군목이 될 수 있습니까.
“신학대 1학년 때 국방부에서 시행하는 군종 장교 후보생 시험을 치릅니다. 합격자는 소정의 교육 과정을 거치고 목사 안수를 받아야 합니다. 학부 4년과 대학원 3년 과정을 마치고 목사 고시에 합격해야 군목이 될 수 있습니다. 각 교단의 우수 자원이 군목의 길을 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군대는 초교파·초종교 신앙의 현장
-군목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개신교의 경우 목사 260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군에서 목회는 12개 교단이 초교파적으로 운영합니다. 사회에서 다니던 교회가 소속됐던 교단과 무관하게 전혀 이질감을 느낄 수 없습니다. 군에 입대하면 모두 초교파적이 됩니다.”

-종교 차이로 빚어지는 군종 장교 간의 갈등은 없습니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다원적 종교 환경에도 불구하고 유례없는 종교 간 화목을 자랑하는 나라 아닙니까. 군목은 아마 신부님·법사님들과 가장 많이 대화하는 목사들일 겁니다. 어려움도 있으나 원불교·불교·천주교·개신교 소속의 군종 장교들은 모든 것을 상호 존중과 상생의 정신으로 극복합니다.”

-군종 제도가 복음 전파에도 도움이 됩니까.
“군 교회에 다니는 사병들은 20% 정도만 기존 신자입니다. 60~70%는 과거 신앙 생활을 하다가 쉬던 자원이거나 약간의 교회 체험이 있는 인원입니다. 10~20%는 기독교에 대해 거의 경험한 적이 없는 사병입니다. 매년 육해공군 전체에서 18만여 명이 세례를 받고 있습니다.”

-복음 전파가 그렇게 잘되는 이유는 뭡니까.
“병사들 세대의 코드가 ‘재미와 감동’ 아닙니까. 교회는 병사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줍니다. 훈련소에서 1만5000명을 대상으로 5부 예배를 드릴 때 보니 5분의 1이 찬양하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개인차도 있습니다. 이병·일병 때는 신앙 생활에 아주 열심입니다. 상병·병장으로 진급해 생활이 나아지면 ‘쉬는’ 병사가 발생합니다. 물론 꾸준하게 신앙 생활을 하고 사회에 나가 멋진 신앙인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군종 장교가 인도하는 신앙 생활은 군 생활에 어떤 도움을 줍니까.
“사병들은 신앙을 통해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되며 사생관을 확립하게 됩니다. 상당수 사병이 부모의 이혼과 같은 상처, 대학입시 과정에서 생긴 정서적 불안정을 안고 입대합니다. 그러한 경우 가뜩이나 신체적·정신적으로 집중이 필요한 군 생활에 대한 적응력이 자연적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군종 장교들의 교육 상담 제공이 절실합니다. 군은 비전캠프 등 특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전캠프는 어떤 프로그램입니까.
“2004년 육군에서 개발한 상담 치유 프로그램입니다. 군 생활 적응에 특별한 곤란을 겪고 있는 사병들을 선별해 3박4일 동안 군종 장교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보통 80~90% 이상 긍정적으로 변화돼 긍정적 가치관과 자아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일대일 면담과 단체 대화를 통해 사병들은 마음속에만 담아 뒀던 애로사항을 말합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나보다 더 힘든 전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힘을 얻습니다.”

병사는 신앙 통해 사생관 확립
-설교 말씀은 어떤 것을 강조하십니까.
“사회와 달리 군대는 환경이 특수합니다. 군 체험은 평생 각인되는 경험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군번을 비밀번호로 활용하십니다. 설교에서 주로 위로·용기·담대함·자신감을 강조합니다. 다음과 같은 이사야서 41장 10절을 즐겨 인용합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훈련병에게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군 생활에 먹히지 말라, 군 생활을 삼켜라. 뱀에게 물리면 죽을 수도 있지만 뱀을 먹으면 약이 된다. 하나님께서 너희들을 특별히 군으로 보낸 이유를 깨닫고 파송의식을 가져라’.”

-크리스천 사병은 어떤 사병입니까.
“주위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앙을 갖는 것은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기도 합니다. 누가복음 6장 46절에서 예수님은 ‘너희는 나를 불러 주여 주여 하면서도 어찌하여 내가 말하는 것을 행하지 아니하느냐’라고 우리에게 묻습니다. 예수님의 명령을 행하면 남들이 벤치마킹하는 사람이 된다고 믿습니다. 이웃에게 유익과 힘과 소망을 주며 공동체를 생명력 있게 하는 사람이 되는 거죠.”

-자식을 군대에 보냈거나 보낼 예정인 부모는 걱정이 많은데요.
“군대는 전인적인 사람을 만드는 곳입니다. 사병들에게 ‘군대에서 뭘 배웠느냐’고 물으면 다수가 자신감과 인내를 배웠다고 합니다. 한두 명만 낳는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신세대 사병들은 공동체 의식에 대해 잘 모릅니다. 군대는 그들이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생각하게 하는 배움의 장소입니다. 군대는 ‘일류대학’입니다.”



이정우 군목 연락처
e-메일 chap1004@empal.com

김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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