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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수능시장 뜨고 논술·학습지는 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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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 서울 목동의 김모(43)씨는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2학년 아이를 모두 청담어학원에 보낸다. 첫째는 외국어고, 둘째는 자율형 사립고를 보낼 생각이어서 학원에서 토플 공부를 시켜 왔다. 2012년 정부가 도입하는 영어인증시험 대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김씨는 “영어 말하기·쓰기는 이제 특목고와 대입에서 필수”라며 “월 33만원이 넘는 학원비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불안한 마음에 시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학원을 운영하는 청담러닝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1% 증가했다.

#2. “지난해는 논술 강사들이 난생 처음 12월에 여행을 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어요.” 온·오프라인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메가스터디 손은진 전무의 말이다. 수능이 끝난 뒤 한 달간은 논술 강사들이 정시 논술 대비 강좌로 정신없이 바쁜 시기였다. 하지만 지난해 메가스터디의 일부 학원에선 아예 논술 강좌를 열지도 않았다. 정부의 대학입시 자율화 정책으로 정시에서 논술을 보는 대학이 20여 곳에서 6곳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4분기 오프라인 학원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5% 이상 감소했다.

사교육 시장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고등부에서는 1년 전만 해도 열풍을 일으켰던 정시 논술 강좌가 사라졌다. 중등부는 영어 말하기·쓰기 교육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유아·초등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학습지의 인기는 점차 줄고 있다.

◆확 바뀐 교육정책 반영=정부의 교육 정책이 확 바뀐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 탓에 되는 학원만 되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사교육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증시에 상장된 교육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엔 이런 추세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초·중등생 대상 영어교육 업체인 청담러닝과 정상제이엘에스는 영어 공교육 강화 정책 덕을 톡톡히 봤다. 월 수강료가 30만원에 달하는데도 수강생 수가 급증했다. 현대증권 김혜림 연구원은 “경기의 영향을 덜 받고 교육 정책 변화에 민감한 계층이 찾는 학원”이라며 “경기 침체기에도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지난해 4분기 매출 증가율은 30%가 넘었다.

메가스터디의 경우 정시 논술이 줄면서 오프라인 학원 매출이 급감했다. 온라인 강의가 이를 만회해 지난해 4분기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7.3% 늘었다. 수능 준비를 위한 고등부 온라인 강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4.8% 증가했다. 메리츠증권 김미연 연구원은 “입시에서 수능의 반영 비중이 커지면서 예비 고3들이 12월에 온라인 강의를 듣기 시작했고, 지난해 수능 시험이 어려워 재수생도 전보다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정시에서 수능을 100% 반영하는 대학은 2008학년도 11개뿐이었지만 2009학년도엔 71개, 2010학년도엔 80개로 늘어난다.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대교의 경우 경영 성적이 전년 수준에 그칠 것으로 증권사들은 전망한다. 유아·초등생 대상 학습지가 매출의 90%가량을 차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학습지 시장의 추정 회원 수는 552만 명으로 전년보다 3% 정도 줄었다. 외환위기 때도 꾸준히 성장하던 학습지 시장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한애란·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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