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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축하, 살빼기 성공 … 조심, 넘치는 자신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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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IT 기업에 재직 중인 엔지니어 K씨(40). 최근 15㎏을 감량했다. 당질이나 기름진 음식의 섭취를 줄이고 헬스클럽에 가서 주 3회 이상 땀을 흘렸다. 비만치료제도 복용했다. 키 1m74㎝에 체중 85㎏이던 ‘둔중한’ 몸매가 몰라보게 날씬해졌다.

그의 감량 성공은 회사 안에서도 화제가 됐다. 만나는 사람마다 비법을 캐 물었다. 오랫동안 ‘단벌신사’였던 그는 요즘 날씬해진 몸에 맞는 옷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이 정도는 ‘귀여운’ 변화에 속한다.

살빼기가 때로 의외의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40대 중반의 직장인 Q씨는 지난해 살을 뺀 뒤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웠다. 13㎏이나 체중을 감량하면서 생긴 자신감이 “어떤 새로운 일에 도전해도 나는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자가 발전한 것이다. 그후 시작한 사업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경기나 나빠져 새 직장을 찾기도 힘들어졌다. 스트레스가 심해져 ‘아저씨 몸매’로 되돌아가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또 50대 중반의 CEO Y씨는 배가 홀쭉해지면서 자신의 성적 매력이 젊은 여성에게도 통할 것이란 자신감에 빠져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박두흠 교수는 “단기간에 살빼기에 성공한 사람은 과도한 자신감, 자아의 팽창으로 실수하기 쉽다”고 말한다. 옷 등 불필요한 물건을 많이 사거나, 다른 사람을 심하게 간섭하고, 짜증을 심하게 부리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

체중 감량에 성공한 여성은 과도한 노출 욕구를 느끼기도 한다. 날씨가 추운데도 초미니 스커트를 입거나, 드레스를 입고 운동회에 나타나는 등 남들 눈에 띄는 행동을 해 주목을 받는다. 대인 관계가 비만하던 시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

가톨릭대 성모병원 정신과 채정호 교수는 “주변에서 ‘왜 그렇게 나대냐’ ‘사람이 변했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며 “살빼기 전보다 인간관계가 힘들어졌다면 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비만치료제의 도움을 받아 살을 뺐다면 체중 감량의 후유증이 더 분명하게 나타날 수 있다. 비만클리닉에서 처방하는 ‘식욕 떨어지는 약’이 기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펜디메트라진·펜터민 등 향정신성약 계통의 약을 복용해 살을 빼면 조증·과대 망상 등에 빠져 누가 봐도 평소 같지 않은 행동을 할 수 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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