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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협주곡으로 만나는 동.서양의 조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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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김덕기 서울대교수가 지휘봉을 잡았다는 이유만으로도'협주곡으로 만나는 동.서양의 조화'(25~2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은 충분히 관심을 끌만 했다.

오랜동안 국립국악원이 훌륭한 지휘자를 만나지 못한 탓일까.지휘자와 단원과의 첫 만남에서 상호간의 신뢰감과 심리적 교감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지만 정작 표정이 살아 꿈틀거리는 음악으로는 연결되지 못했다.지휘자가 염두에 둔 것은 악기간의 균형.전체 연주인원을 35명으로 줄였다.김교수는 음량이 큰 피리를 대폭 줄이고 소리도 매우 미려(美麗)한 쪽으로 유도했다.이런 배려로 다른 악기의 음색이 제대로 전달되었다.

작곡자 이병욱씨가 직접 기타를 연주한'기타협주곡'은 기타로도 우리 민요의 맛깔스러움을 저렇게 전할 수 있구나 감탄할 정도로 훌륭했다.그러나 작품성을 따지자면 이 작품은 범작(凡作)에 지나지 않았다.'국악의 대중화'때문에 작곡가의 개성이 점점 사라지지 않나하는 안타까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황병기 작곡,김희조 편곡의'17현 가야금 독주와 관현악을 위한 춘설'에서 협연자로 나선 지애리는 가야금의 음색에만 집착한 나머지 일렁이는 흥을 청중에게 전달하는데는 미흡했다.

연주회의 대미(大尾)를 장식한 신영순의'바이올린과 국악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1번'에는 전통음악 선율과 서구의 고전.낭만주의 협주곡의 편린(片鱗)들이 혼재해 있었다.작곡자에게 앞으로는 한국음악의 내면을 좀더 깊이있게 파고들어 자기 고유의 색깔을 찾아내기를 바랄 뿐이다. 윤중강〈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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