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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 이번에도 8강좌절 - LG배 세계기왕전 관전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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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조치훈9단은 왜 국제전에선 안되는 것일까.1류 프로들도 두점 하수에게 질 수 있는 것일까.떠오르던 중국바둑은 다시 가라앉는 것일까. 지난 6월27일과 29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회 LG배세계기왕전은 이런 의문들을 남긴채 일단 폐막됐다.선발된 8강의 분포는 한국 5명,일본 2명,중국 1명.한국은 최근 후지쓰배와 아시아TV바둑등 국제대회에서 초반에 전멸해 많은 우려를 낳았지만 이번에 다시 세계 최강의 위치를 확인했다.

27일 시드 8명을 제외한 16명이 격돌했는데 한국은 양재호9단과 신예기사 5명등 6명이 출전했다.대진운이 너무 나빠 한국의 프로들은“우리나라 기사들이 전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일본의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은 최약체인 유럽대표 한스 피츠(독일.사진)초단과 맞붙어“복도 많다”며 부러움을 샀다.

과연 한국은 이성재4단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이 전멸해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하지만 기쁨조로 분류된 한스 피츠가 세계챔피언 요다를 반집으로 꺾어 대이변을 연출했다.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9단의 제자로 올해 일본기원에서 프로 초단의 면장을 받은 피츠의 실력은 고바야시의 말에 따르면'두점바둑'.전날 카지노에서 시간을 보낸 요다는 뒤늦게 장고하며 역전을 노렸으나 끝내 반집을 졌다.

밤샘은 하지 않았다지만 경적(輕敵)의 정신상태가 필패(必敗)로 연결된 것이 틀림없다.

그 외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29일의 2회전.한국은 4인방을 축으로 한 시드멤버 5명이 모두 승리해 1회전의 참패를 설욕했다.

최근 일본에서 본인방 9연패를 달성해 기대를 모았던 조치훈9단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조훈현9단에게 패했다.

趙9단은 보통 1백수만에 8,9시간을 소비하는 엄청난 장고파다.그래서 제한시간 3시간의 세계대회와 승부호흡이 맞지 않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이창호9단도 장고파지만 사고의 리듬을 3시간짜리에 맞추려 애쓰고 있다.조치훈은 아니다.이것이 패인일 수 있다.

중국은 마샤오춘(馬曉春)9단 한명만이 8강전에 진출했는데 그나마 천적 이창호9단과 만나는 바람에 초상집같은 분위기였다.

중국내의 엄청난 바둑열기와 강한 신인들을 앞세워 세계바둑계의 강자로 발돋움하던 중국바둑으로선 이번의 참패가 충격이었던 것같다.

1회전의 영웅 피츠초단은 공교롭게도 스승 고바야시9단과 맞붙어 무난히(?)패배했다.

8강전은 오는 10월19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다.

대진은 조훈현9단-왕리청(王立誠.일본)9단,이창호9단-마샤오춘9단,서봉수9단-고바야시 9단,유창혁9단-최명훈5단.우승상금은 2억원.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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