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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다마곳치와 진짜 병아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요즘 우리 집에는 조그마한 병아리 한마리가 방 하나를 거의 독차지하면서 귀여움을 받고 있다.

얼마전 어미닭이 품고 있던 여러개의 알 중에서 하나가 유일하게 부화한 것이다.그런데 다른 큰 닭들이 이 어린 병아리를 쪼아대 거의 죽어가는 것을 집으로 데려와 좁쌀.참깨.들깨 등을 먹이로 주었다.그리고 옷장에 깨끗하게 넣어두었던 양털 쿠션을 깔아 엄마품 안처럼 따뜻하게 해 주었더니 하루가 다르게 잘 자라고 있다.병아리가 내가 엄마인 줄 알고 따라다니는 것을 보면서 남편도 참 즐거워했다.또 서울에서 놀러오는 조카들과 어른들에게도 이제는 귀염둥이가 됐다.

그런데 강아지가 문제였다.우리 가족은 두마리의 강아지를 집에서 키우고 있는데 한마리는 치와와이며 또 한마리는 이제 태어난지 두달된 푸들이다.나이가 좀 든 치와와는 처음에 병아리를 보고는 물려고 해서 혼내주었더니 가족들 눈치만 살피고 물지는 않았다.반면 푸들녀석은 병아리를 계속 쫓아다니면서 물려고 했다. 혼을 내도 그 때 뿐이어서 꾀를 냈다.병아리 밥그릇에 강아지 밥도 함께 주었다.

그랬더니 병아리와 강아지는 이제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강아지 귀에 붙어 있는 밥풀을 병아리가 톡 쪼아먹을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됐기 때문이다.

얼마전 남편친구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충격을 받은 남편은 한동안 웃음을 잃었다.그런데 요즘 외출해서 돌아오면“우리 삐약이 좀 보자”며 병아리가 있는 방문을 먼저 연다.조그마한 병아리이지만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리라. 요즘 다마곳치라는 전자게임기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한다.그런데 아이들이 이 게임기에 나오는 병아리를 죽이고 살리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있다고 한다.그런 모습이 정말 안타깝고 섬뜩하게도 느껴진다.어린 아이들에게 병아리도 따뜻한 웃음을 줄 수 있는 친구이자 소중한 생명체임을 알려주고 싶다.

김영란〈경기도포천군일동면유동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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