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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홍콩 回歸의 역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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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마침내 유니언 잭이 내려지고 오성홍기(五星紅旗)가 올랐다.오늘부터 홍콩은 영국여왕 직속의'홍콩 정청(政廳)'에서'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로 출발한다.특히 우리에게 있어 홍콩의 중국 회귀(回歸)는 두가지 측면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홍콩의 과거와 미래에는 우리와 같은 피식민지배의 경험이 있고,분단국가가 통합으로 가는 중요한 시금석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홍콩의 중국회귀는 1백50여년의 식민지배를 청산하고 아시아의 새로운 자유항으로 출발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서세동점(西勢東漸)의 격랑 속에서 근대화에 실패했던 중국이나 우리로선 식민지배의 역사적 치욕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홍콩의 중국 회귀는 바로 지난 세기의 치욕을 씻고 21세기라는 새 세기의 장래에 한발을 내딛는다는 점에서 중국인이나 우리로선 남다른 감회에 젖는 것이다.

그러나 홍콩회귀를 앞둔 현 시점까지 영국은 중국에 대해 식민지배에 대한 아무런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홍콩 주권반환식에 참석한 로버트 쿡 영국외무장관은“1백50년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 사과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일본이 아직껏 식민통치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듯 제국의 역사란 약한 피지배자에게 동정의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제국주의시대가 마감되고 21세기 새로운 세계구도가 재편되는 전환점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홍콩회귀를 보면서 다시 한번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또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에도 우리는 깊은 관심을 지닌다.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오랜 관행에 젖어 있는 홍콩이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 안에서 어떤 조화와 갈등을 빚을지에 따라 홍콩의 내일은 명암이 엇갈린다.남북대치상태로 반세기를 넘긴 우리로선 민족통합과정으로서 홍콩의 특이한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비상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남과 북이 먹고 먹히는 통합이 아니라 두 체제의 원만한 통합과정을 어떻게 거칠지 홍콩식 일국양제는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21세기의 문턱에서 아시아의 새로운 판도가 짜여지고 있다.남과 북의 통합을 통해 아시아의 선발국으로서,다시는 지난날의 어두웠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한번 사라진 주권이 1세기가 넘어서야 지금 돌아오는 것을 보고 있다.격변하는 세계에 올바로 대처하지 않은채 집안싸움만 하다가 나라를 잃었던 과거는 남의 과거만은 아니다.지금 이 시점은 1세기전의 그때와 다를 바 없다.이것이 우리가 홍콩 차이나를 바라보는 반성이고 다짐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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