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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홍콩반환 해방軍 발대식 중계에 중국인 실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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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홍콩의 주권이 중국에 반환되는 날 중국은 환호했고 홍콩은 희비가 엇갈렸으며 대만은 불안감을,영국은 아쉬움을 드러냈다.홍콩 주민들은 TV로 중계되는 홍콩주둔 중국인민해방군의 발대식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중국인이 됐음을 실감하기 시작했으며 홍콩을 떠나는 크리스 패튼 총독은 30일 여러 차례 열린 각종 고별행사에서 눈물을 비쳤다. 편집자

영국 식민통치 마지막 날을 맞은 30일,홍콩은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해 1백56년 영국지배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평가가 아직도 엇갈리고 있는 홍콩인들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10시(현지시간)부터 홍콩 텔레비전의 TVB가 홍콩에 이웃한 중국 선전(深수)에서 벌어지고 있는 홍콩주둔 중국인민해방군의 발대식 현장을 생중계하자 대다수 홍콩인들은 이제야 중국편입을 실감하겠다는 표정들. 택시기사인 펑파예(彭發業)는“그저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홍콩반환이 곧 남하할 중국인민해방군 모습을 보니 실제로 다가서는 기분”이라면서 이들이 중국당국의 말처럼 인민의 아들로서 활동해주길 바랄뿐이라고 다소 체념적인 모습을 보였다.

연휴 3일째인 탓에 홍콩상가의 상당수가 철시해 홍콩의 거리는 여느 때보다는 한산했다.그러나 3.2㎞에 달하는 황금 용이 불을 밝힌 홍콩 최대의 쇼핑가 침사초이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이날 오후8시30분 불꽃놀이가 벌어진 빅토리아만은 자리를 잡기 위해 일찍부터 나온 홍콩인들로 가득 찼다.

영국측은 이날 해군 함정 3척의 마지막 해안경비 순찰,크리스 패튼 총독의 관저 고별식,이스트 타마르 영국군 기지 고별식,컨벤션센터 리셉션과 만찬,빅토리아항 불꽃놀이,밤12시 프린스 오브 웨일스 병영 반환기념식등의 행사를 가짐으로써 홍콩에서의 마지막날을 기념했다.

반환식이 끝나기 직전 행사장을 조용히 빠져 나온 찰스 왕세자와 크리스 패튼 총독,브라이언 더튼 홍콩주둔군 사령관은 빅토리아항 퀸즈피어에서 왕실 요트 브리타니아호에 올랐다.

브리타니아호는 빅토리아항을 한바퀴 돈 뒤 1백56년에 걸친 홍콩통치의 기억을 파도 속에 실어보내며 필리핀으로 향했다.

한편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등 홍콩을 방문중인 주요국 대표들은 내년 5월께 선거를 실시하겠다는 둥젠화(董建華)행정장관의 약속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일제히 촉구함으로써 홍콩민주주의의 앞날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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