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수출에 한가닥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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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통계청이 29일 경기 저점을 오는 9월말께로 공식 발표함에 따라 그동안 저점시기에 관한 논란은 일단락될 것같다.

물론 틀릴 수도 있으나 경기순환의 경험치를 토대로 한 통계적인 분석이 그렇다는 것이고,통계청도 이번 발표에 비교적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동안 가장 주목했던 것은 기업들의 재고동향이 어떻게 움직이는가였다. 11.7%라는 5월 재고 증가율은 다소 높은 편이다.

그러나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한 다른 업종의 경우는 재고조정이 거의 끝났다는것이 정부 분석이다.

12일분의 재고가 남아있는 반도체는 적정재고보다 2일분이 더 많고,자동차 재고는 14일분으로 적정치보다 1주일분량이 더 많다.이에따라 재고증가율 11.7%중 반도체 재고증가율이 3.6%포인트,자동차가 2.7%포인트를 차지했다.

결국 이 두 부문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재고조정을 통한 하강국면을 마무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적극적인 회복세를 보이는 쪽은 역시 최근의 수출증가세에 기인하는 것으로 재경원과 통계청은 분석했다.

수출단가 인상등 교역조건이 개선되고 지난해 말부터 올 연초까지 이어진 원화 절하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와 투자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정부는 올 하반기에도 경상수지가 개선되는등 대외부문은 호조를 보이는 반면 내수는 침체되는,이른바'경기의 대내외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이는 곧 수출기업의 채산성은 개선되지만 내수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함을 뜻한다.

4분기엔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엔화강세의 반사적 이익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여 이같은 양극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시중에서 경기회복을 실감하려면 우선 소비가 늘고 투자가 왕성해야 하는데,그런 분위기는 빨라도 내년초에나 가야 할 전망이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연간 실업률은 2%대에서 머무를 것으로 정부는 낙관하고 있다.

명예퇴직 붐이 일면서 실직한 가장 대신 주부들이 대거 경제활동에 뛰어들어 실업률을 한때 높였으나 그중 대부분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포기했고,새로 취업전선에 나설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다는 것. 다만 기업의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상시근로자는 덜 늘고 파트타임이나 일용근로자는 많아지는등 고용불안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저점을 지난 이후의 국면이다.경기저점을 지났다고 해도'L'자형 국면 지속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최근의 회복세가 근본적인 경쟁력회복 차원이라기보다 환율등 외부요인에 주도된 것이라는 점,그리고 언제 터질지 모를 대형 부실기업 문제가 여전히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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