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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마을에 목욕탕 … 기쁨이‘모락모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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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충남 청양군 장평면 화산리 화산보건진료소 옆에 있는 마을공동목욕탕에서 주민들이 목욕을 한 뒤 나오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충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칠갑산 자락 마을과 제주도 바닷가 마을에 주민들을 위한 무료 대중목욕탕이 건립됐다. 폐교와 해녀탈의장을 개조해 탕을 만들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산골마을 목욕탕=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23일 오전 10시 충남 청양군 장편면 화산리 화산보건진료소. 마을 노인 10여명이 수건과 비누 등 목욕도구를 들고 보건소옆 목욕탕으로 향했다. 노인들은 옷을 벗어 옷장에 가지런히 넣은 뒤 샤워를 했다. 이어 뜨거운 물을 담아둔 탕안으로 들어가 몸을 담궜다. “아이구 시원해라. 뜨끈뜨끈한 탕 속에 들어가 있으니 살맛 나는 구만.” 노인들은 흐믓한 표정을 지으며 20여분간 목욕을 즐겼다.

목욕탕은 화산보건진료소 전미숙(50·여)소장의 노력으로 지난해 12월초 탄생했다. 올해로 23년째 이곳에 근무하는 전소장은 주민 대부분을 차지하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마을에 목욕탕이 없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했다.

주민들이 대중목욕탕을 이용하려면 청양읍내까지 자동차로 30분이상 가야했다. 보건진료소측은 종전까지 주민보건사업의 일환으로 한달에 한차례씩 청양읍내 목욕탕에 다녀놀 수 있도록 목욕비용을 지원해왔다.

전소장은 진료소 운영비 4500만원으로 폐교인 화산초등학교 자재창고를 목욕탕(49.5㎡)으로 개조했다. 샤워기 10여개를 설치하고 10여명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는 탕 시설도 만들었다. 목욕탕은 한달에 3∼4차례 주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한번 개방할 때마다 주민 100여명이 이용한다. 대부분 노인들로 화산리를 비롯, 인근 마을 주민들도 목욕탕을 찾는다. 남·여 탕 구분이 없어 시간대별로 남자와 여자가 이용하는 시간이 다르다.

주민 이상학(71)씨는 “동네에 목욕탕이 들어설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일주일에 한번씩이라도 목욕을 하고 나면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노인들이 목욕할 때마다 주민 8명은 목욕자원봉사를 한다. 노인들 등도 밀어주고 샤워기도 틀어준다.

봉사요원으로 활동하는 서정자(67·여)씨는 “어르신들의 목욕을 도우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며 흐뭇해 했다.

◆제주 바닷가 목욕탕=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주민들도 동네에 있는 해녀탈의장에서 정기적으로 목욕을 할 수 있게 됐다.

제주시가 최근 어촌종합개발사업비 1억8000만원을 들여 해녀탈의장을 현대식 목욕탕으로 리모델링했기 때문이다. 이마을 주민 436가구(1032명)은 그동안 마을에 공동목욕탕이 없어 차를 타고 제주시내까지 나와야 했다.

목욕탕 운영을 담당한 행원리 어촌계는 앞으로 매월 한차례씩 목욕탕을 무료 개방키로 했다.

또 추석과 설 명절, 마을 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때에에도 목욕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마을 부녀회와 청년회는 노인이나 거동불편자 목욕 도우미로 활동한다. 김승만 어촌계장은 “주민들이 청결을 유지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목욕탕 이용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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