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94> CEO는 왜 해고라는 극약 처방을 쓰는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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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호 30면

Q.요즘처럼 어려운 때 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종업원 해고라는 시류에 편승하는 것입니까. 회사가 아직 이익이 나는 상황이라면 종업원과 함께 ‘폭풍우’를 견뎌낼 수는 없나요. (뉴욕에서 익명의 독자)

“생존 위한 고육책 … 여차하면 모두 침몰할 수도”

A.우리 부부는 당신이 언급한 그런 시류, 다시 말해 CEO들이 해고를 즐길 것이라는 데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해고를 좋아하는 CEO는 단연코 없다고 단언합니다. 비즈니스 리더가 가장 두렵고 괴로워하는 일이 바로 종업원을 해고하는 결정입니다.

비즈니스 세계를 보세요. 기업과 산업은 경기 호황기에 아주 다이내믹합니다. 신기술은 주기적으로 경쟁 환경을 바꿉니다. 신흥국의 저가 제품과 서비스는 기존의 시장을 뒤집기 일쑤지요. 여기에다 시장을 흔들어 놓을 새로운 아이디어가 여기저기서 넘쳐 납니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시장은 언제나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좋은 시절’에서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요즘 같은 때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야 기운을 차릴 것 같습니다. 지난해 파산 신청을 한 회사가 6만4000개가 넘었고 올해는 이보다 50%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신용경색이 골칫거리입니다. 신용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는 통상적 경기침체보다 더 가파르고 갑작스럽게 기업을 덮치기 마련이지요. 멀쩡히 돈 잘 벌던 회사가 며칠 만에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습니다. 유력 경쟁사가 하루아침에 도산할 수도 있습니다. 지체 없이 대출해 주었던 은행들은 몇 주씩 돈 내주기를 꺼릴 수 있습니다. 그것도 만약 은행이 돈을 빌려준다면 말입니다. 이런 때는 특히 회사 비즈니스의 작은 결함까지 노출되기 십상입니다. 뭔가 ‘화끈한’ 예방책을 쓰지 않는 이상 손실을 피할 길이 없지요.

이제 명백하게 이유가 생깁니다. 이런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다른 종류의 비즈니스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경기후퇴는 기존 산업을 붕괴시킵니다. 자동차 산업이 급격하게 무너졌고 언론은 점점 줄어드는 광고와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항공사와 호텔, 렌터카 회사들도 수년 동안 그 영향을 받을 겁니다. 심지어 돈벌이가 괜찮은 회사도 과거 방식대로 이 위기를 벗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그것이 올해이든, 내년이든 ‘다시 살아나는’ 미래 시장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기초로 할 것입니다. 고객과 경쟁자·공급자가 각기 다른 목표를 가질 것이고 다른 행동을 할 것입니다. 기업은 혁신으로 그 변화를 돌파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불행하게도 해고는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기존의 사람과 그들이 일하던 방식을 그대로 놔 두면서 회사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서킷시티 사례를 들어 볼까요. 수년 동안 서킷시티는 전자소매업계 2위 회사로 건실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경기가 막 둔화하기 시작할 때 서킷시티는 ‘폭풍을 이겨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습니다. 손님이 발길을 끊었던 추수감사절 휴가 시즌 마지막 강타가 날아왔습니다. 결국 미국 내 567개 서킷시티 매장이 문을 닫았고 3만4000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반대로 서킷시티가 잘 굴러가던 시절 부실한 라인의 직원을 해고하고 우수 직원들을 이익이 되는 곳으로 전환 배치했다면 어땠을까요? 어렵겠지만 회사가 살아남아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가올 수개월, 수년간 기업 비즈니스는 ‘미지의 바다’를 헤맬 것입니다. 7000억 달러 규모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구제금융 보따리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아무도 확언할 수 없습니다. 이런 불확실성 가운데 확실한 것이 하나 있지요. 변화가 빠르고 격렬하게 올 것이라는 것과 그 와중에 생존하려면 더욱 민첩하고 유연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겁니다. 직원을 해고하기 원하는 리더는 결코 좋은 리더가 아닙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다이내믹한 환경에서 리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정리=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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