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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청학련' 세대 與 신주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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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른바 1970년대 초반의 운동권 출신들인 '민청학련 세대'가 여권 핵심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청학련 사건이란 74년 4월 당시 중앙정보부가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민청학련)'이란 조직이 민중봉기를 꾀했다는 이유로 대학생 등 총 1024명을 조사해 203명을 구속했던 대형 시국사건이다.

그동안 이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 상당수가 정치권에 진입했으나 이들은 위로는 운동권 선배 세대인 6.3세대에 가렸고, 아래로는 386세대에 치이면서 상대적으로 보조적 위치에 머물러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6.3세대를 건너뛰어 민청학련 세대의 핵심인사인 이해찬 의원을 총리로 지명하면서 이젠 이들이 당.정부.청와대의 요로에 골고루 포진하는 형국이 됐다. 여권 신주류로 부상할 채비를 갖춘 것이다.

실제 이해찬 총리지명자 외에 청와대에는 민청학련 사건으로 1년간 옥살이를 했던 정찬용 인사수석이 정부 출범 후부터 인사라인을 장악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에는 총리 물망에 올랐고, 여성 당의장감으로도 거론돼온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이 대표적 인사다. 한 위원은 이화여대 운동권 출신으로 67년 졸업했지만 70년대 크리스챤 아카데미 사건에 연루되면서 민청학련 세대로 분류된다.

이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유인태 의원은 청와대 정무수석을 거쳐 언론개혁입법을 다룰 국회 문광위원장 후보로 내정된 상태다.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원외 실세로 꼽히는 이강철 국민참여본부장도 역시 민청학련 세대다. 이들 외에 이미경 상임중앙위원, 원혜영.이호웅.장영달.이목희 의원, 이철 전 의원 등 여당 주요인사들이 모두 같은 세대로서의 동질감을 유지하고 있다. 여권에선 이들을 노 대통령 집권기간에 언제든 중용될 수 있는 인사들로 본다. 민청학련 출신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노 대통령의 이들에 대한 두터운 신망과도 무관치 않다.

이들은 386세대에 비해선 성향이 안정적이며, 6.3세대보다는 덜 보수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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