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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북카페] 숨은 능력 꿰면, 당신이 난세의 리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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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위기를 극복한 리더들의 생각을 읽는다
크리스토퍼 호에닉 지음, 박영수 옮김
예문, 304쪽, 1만4800원

 미국 보스턴에서 뉴욕으로 여행하는 승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비행기와 앰트랙(고속열차)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앰트랙의 해결사로 등장한 것은 교통전문가가 아니라 디자인 회사인 아이데오였다.

아이데오의 디자이너인 아우라 오슬라파스는 직원 20여 명과 함께 4개월간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조사했다. 그 결과 앰트랙이 열차와 승·하차 절차, 즉 기술적인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기술이 아니라 고객의 ‘여행’에 초점을 맞추라고 제안했다.

경쟁력은 발상의 전환에 달렸다. 미국 보스턴-뉴욕 구간에서 비행기와 경쟁하던 고속열차 앰트랙은 기술보다 승객의 여행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으로 성공했다. 철로 위를 달리는 앰트랙


‘비행기 여행은 자유롭지 못하다. 날씨가 나쁘면 더욱 그렇다. 3시간 동안 안전벨트를 매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열차는 승객이 그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아니, 마음대로 쓰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제안이었다. 1년 걸려서 새로운 열차를 설계했다. 다리를 마음껏 뻗을 공간을 마련하고, 식당칸을 만들고,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하게끔 좌석마다 콘센트를 설치했다. 역마다 출력·제본 시설을 만들어 승객이 기차 내에서 작성한 서류를 전송하면 다음 역에서 깨끗이 출력된 것을 받아볼 수 있게 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저자는 매킨지에서 컨설턴트로 활약했고 현재 미국 회계감사원(GAO)에서 전략파트 총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기업조직·문제해결 전문가다. 원제 ‘문제풀이 여행(The Problem Solving Journey)’이 의미하는 것처럼, 리더들의 문제해결 과정을 여행에 비유한다. 리더를 이노베이터(혁신가)·발견자·의사소통자·선도자·창조자·실행자의 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모두 33명(사람 또는 조직·재단)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발상을 바꾸어 기차여행의 경쟁력을 높인 아이데오와 앰트랙은 선도자형에 속한다.

앰트랙 기차 내부


호에닉에 따르면 지휘자 없이 연주하는 전설적인 오케스트라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의사소통자 유형이다. 성공 비결은 신뢰와 존중에 바탕을 둔 단원들의 의사소통 능력이었다. 게다가 그들의 연습시간은 다른 오케스트라의 3배나 된다. 입양 상담·대행기관인 바커 재단은 입양아, 생부·생모, 양부모간의 복잡한 정서와 이해관계를 섬세하게 조율하는 능력으로 ‘리더’에 선정됐다. 저자는 바커 재단의 전문가들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면서 “기업 합병이나 인수 과정은 입양과 놀라울 정도로 동일한 절차로 진행된다”고 지적한다.

앰트랙 기차 내부

실행자형 리더로 꼽힌 이자벨 오티시에르는 요트로 단독 세계일주 항해를 한 첫 번째 여성이다. 그녀는 시속 120km가 넘는 바람, 높이 18~24m의 파도와 싸우며 4만3000km를 6개월 안에 항해해 출발점으로 돌아와야 하는 벤디 글로브 대회에 참가해 완주했다. 거의 매년 한 명이 숨지는 대회에서 무사히 돌아오려면 어떤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맞이해도 잘 해결할 능력과 유연성,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책 말미에서 저자는 우리가 여섯 가지 유형 중 어느 하나, 또는 두세 가지를 갖추고 있다고 역설하면서 자기 유형을 잘 파악해 문제점 발견과 해결에 응용하라고 권한다.

노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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