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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派獨 광부·간호사들의 어제와 오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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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한 전쟁을 치러야 했던 1960년대.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장마가 유난히 잦았다. 작물은 물에 잠겨 썩어갔고 설상가상 콜레라까지 창궐했다. 일하고 싶어도 직장이 없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대학생들이 다방마다 넘쳐났다.

그런데 희망이, 빛이 찾아왔다. 63년 독일에서 일할 광원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뜬 것이다. 진짜 광원부터 서울대 법대생, 장관 보좌관, 학교 선생님, 명동 건달 등 2895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막장 광원 모집에 15대 1의 경쟁률이라니. 간호사 모집 공고에도 유능하고 젊은 여성들이 대거 몰렸다. 70년대 초까지 몇 차례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독일로 간 광원.간호사는 2만여명. 3년 근무가 조건이었지만 기한이 지나 고국에 돌아온 사람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돌아오지 않은 이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

MBC가 오는 11일부터 사흘간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독일로 간 광부, 간호사들'은 지난 40년의 궤적을 추적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계약 기간이 끝난 광원과 간호사들은 각지로 흩어졌고, 독일과 미국의 교민사회를 이루는 토대가 됐다.

제1부 '독일 40년, 청춘을 묻고'는 한국 월급의 6~7배를 보장받으며 고국을 떠난 이들이 겪어낸 힘겨운 독일 생활을 조명한다. 엄마가 진 빚을 갚기 위해 지원했던 간호사 강은자씨는 하루 3~4시간밖에 못 자면서 1년 만에 많은 돈을 모았지만 과로로 간에 이상이 생겨 쓰러지고 말았다. 현재 발 관리사로 일하고 있는 이명한씨는 27년 전 광산에서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로 갈비뼈와 폐에 큰 상처를 입었다. "몸만 상해 돌아갈 수 없다"고 결심한 그는 소송을 통해 겨우 독일에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2부 '젊은날의 꿈'은 계약이 끝난 이들이 귀국 대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선택한 길을 따라간다. 일부는 독일에 머물렀고 일부는 미국.캐나다.스위스 등으로 떠났다. 광원 출신인 박종선씨는 라인강 근처의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며 젊은 시절 가수의 꿈을 펼치고 있다. 40년을 마치 투쟁하듯이 공부해 온 이민자씨와 심동선씨의 삶도 담았다. 마지막 제3부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선 평생 향수를 가슴에 묻은 채 살아온 이들에게 고국은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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