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소띠해 주목하라, 소띠 삼총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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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제는 건장한 ‘황소’로 자랐지만 최철한-박영훈-원성진 소띠 트리오가 처음 등장할 때는 당연히 ‘송아지 삼총사’로 불렸다. 동갑내기에다 친구인 이들 중 가장 먼저 정상에 다다른 기사는 최철한. 그는 5년 전인 2004년, 국수전과 기성전 결승에서 이창호 9단을 연속 꺾으며 폭풍 같은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세돌 9단을 뛰어넘어 곧장 바둑의 대통을 이어받을 듯 보였다. 그러나 응씨배 결승 진출로 절정을 보이던 최철한은 2005년 초의 결승전에서 패배하더니 이후 끝 모를 슬럼프에 빠져든다.

최철한의 추락과 거의 동시에 박영훈이 놀라운 속도로 상승했다. 2004년과 2007년 후지쓰배 세계선수권에서 연속 우승하며 이창호-이세돌을 바짝 추격하는 ‘랭킹 3위’의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2009년 1월의 랭킹을 보면 이세돌-이창호 다음 강동윤이 3위이고 그 다음 자리는 원성진이 차지하고 있다. 5위는 박영훈이고 최철한은 8위다.

출발은 늦었으나 꾸준히 성적을 내며 대기만성의 모습을 보인 원성진이 어느덧 두 사람을 추월해버린 것이다. 사실 얼마 전 벌어진 GS칼텍스배 결승에서 박영훈은 원성진을 3대0으로 완파했다. 이번 맥심배에서도 원성진은 8강전에서 이세돌 9단을 꺾은 뒤 박영훈에게 졌다. 그러나 이 같은 박영훈 징크스에도 불구하고(4승9패로 열세) 원성진은 이세돌과의 상대 전적에서 삼총사 중 가장 좋다(7승8패).

엎치락뒤치락하며 정상권을 맴도는 이들 삼총사 앞에 강동윤이란 새 인물이 나타난 것도 재미있다. 황소로 자란 삼총사와 강동윤의 헤게모니 다툼에서 승자는 누구일까. 이들은 끝내 이창호-이세돌의 쌍벽을 넘지 못하는 것일까. 또 삼총사들의 최종 순위는 어떻게 결정될까.

2009년의 바둑계가 최강자로 떠오른 이세돌 9단과 건강을 회복 중인 이창호 9단, 그리고 중국의 구리 9단까지 ‘빅3’의 주도로 흘러가겠지만 물 밑의 또 다른 싸움도 치열할 전망이며 그 중심엔 소띠 삼총사가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맥심배 결승1국 하이라이트
○ 박영훈 9단 ● 최철한 9단


 장면1=백1로 넘고 5로 연결해 박영훈 9단은 흑 대마의 공격에 착수했다. 공격을 통해 흑▲ 넉 점만 잡아도 이긴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백5는 결과적으로 무리수였다. 그렇다면 5 대신 C로 미는 수는 어땠을까 박영훈 9단은 흑A 찌르고 B로 붙여 역시 힘들다고 말했다.


장면2=최철한 9단은 3에 이어 5로 푹 끼웠는데 이 수가 통렬한 맥점이었다. 단순히 살자는 게 아니라 백을 거꾸로 포획하려는 독수. 순한 성품의 최철한 9단에게 왜 ‘독사’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뚫릴 수는 없어 6으로 잡았으나 9의 한방으로 중앙이 사망하며 바둑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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