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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 ~ 러닝 다시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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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에롤 커가 지난해 11월 미국 코퍼마운틴의 훈련캠프에서 훈련하는 모습. 자메이카 국기를 본뜬 상의가 눈에 띈다. [출처=에롤 커 블로그]

 카타리나 비트(동독·피겨스케이팅), 마티 누카넨(핀란드·스키점프), 이본느 반 겐닙(네덜란드·스피드스케이팅). 1988년 캘거리 겨울올림픽을 빛낸 스타들이다. 하지만 스포츠팬의 기억 속에 캘거리 올림픽은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의 도전으로 각인돼 있다. 1년 내내 여름뿐인 카리브해의 섬나라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선수들의 기상천외한 올림픽 도전기는 1993년 영화 ‘쿨러닝’으로 제작돼 또 한번 화제를 모았다.

‘스키’라면 수상스키와 제트스키가 전부인 자메이카가 이번엔 눈밭을 가르는 스키로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도전한다. 자메이카에서 스키는 부유층이 해외에 나가 즐기는 귀족스포츠다. 하지만 봅슬레이에 이어 스키가 겨울올림픽에서 자메이카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쿨러닝’ 2탄인 셈이다.

◆해외거주 2세로 팀 꾸려=자메이카스키협회(JSF)는 최근 미국 출신 에롤 커(22)와 영국 출신 그레그 새뮤얼스(20)로 밴쿠버 겨울올림픽 대표팀을 꾸렸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스키크로스(Skicross:점프대·굴곡 등이 있는 슬로프를 달리는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커는 자메이카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새뮤얼스는 영국인 아버지와 자메이카인 어머니 사이에서 각각 태어났다. 다섯 살 때 스키에 입문한 커는 처음엔 알파인 선수였다가 2007년 스키크로스로 전향했다. 자메이카 귀화 전까지 미국 국내 4위, 세계 24위였다. 미국 대표선수로도 활약했다. 커가 국적을 바꾼 것은 어머니 때문이다. 2000년 남편이 죽자 커의 어머니는 자메이카로 이주했다. 아들을 자메이카 대표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7년 만에 결실을 보았다. 새뮤얼스는 2006년 영국 주니어 알파인스키 챔피언 출신이다. 영국 출신인 리처드 삼(66) 자메이카스키협회장 권유로 국적을 바꿨고, 이번 시즌이 끝나면 자메이카 유니폼으로 바꿔 입는다.

◆경비 마련 위해 동분서주=자메이카스키협회는 요즘 모금하느라 바쁘다. 커와 새뮤얼스의 출전경비와 훈련비 마련을 위해서다. 올림픽에 나가려면 출전엔트리 35명에 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투어대회에서 랭킹포인트를 모아야 한다. 올해 말까지 유럽·북미 등지를 오가려면 30만 달러 정도가 필요하다. 올리비아 그랜지 자메이카 문화체육부 장관은 “쿨러닝이 다시 시작된다”며 자국 기업들에 후원을 요청했다. 브루스 골딩 총리도 “베이징 올림픽은 온 국민이 하나가 된 계기였다. 커나 새뮤얼스가 또 한번 국기를 휘날려 주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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