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출족’이 올림픽 메달 페달 밟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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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이클 63년 역사에 제대로 된 임자를 만났네요.”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추대위원인 정용택 한국실업사이클연맹 부회장은 29일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직을 수락한 구자열(56·사진) LS전선 회장을 ‘제대로 된 임자’라고 표현했다. 이날 추대위원들은 구 회장 사무실이 있는 안양 LS타워를 방문해 “한국 사이클의 수장을 맡아 달라”고 건의했고, 사이클 매니어인 구 회장은 흔쾌히 승낙했다. 구 회장은 2012년까지 연맹을 이끌게 된다.

도로사이클은 물론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구 회장은 아마추어로서는 상당한 실력가다. 80㎞ 정도 거리는 쉬지 않고 평균 시속 40㎞로 달린다. 선수들의 평균 시속이 4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일반 동호인 수준을 넘어 선수 수준에 가깝다. 평소에도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일주일에 세 차례 정도 50~60㎞씩 도로를 질주한다. 구 회장의 자전거 컬렉션은 도로용과 산악용을 모두 합쳐 25대나 된다.

구 회장은 2002년 자전거로 해발 3000m의 알프스 산악지대를 넘어가는 ‘트랜스 알프스’ 대회에 출전했다. 인터넷을 통해 직접 참가신청을 한 구 회장은 7박8일 동안 650㎞ 전 구간을 완주했다. 구 회장은 “당시 대회를 위해 7개월간 준비했다. 미시령·한계령 등 국내의 웬만한 고개는 다 넘어 봤다. 그런데도 막상 해발 3000m를 넘어서자 숨이 차올랐다. 엉덩이 주변도 짓물러서 몹시 고통스러웠다. 어려움을 뚫고 완주에 성공했을 때의 기쁨은 사이클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구 회장은 일주일에 두세 차례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안양 사무실까지 자전거로 출근한다. 구 회장은 “사이클은 선진국형 스포츠다. 자전거 인구가 크게 늘었지만 사이클 종목의 인기는 여전히 낮다. 사이클이 국민의 사랑을 받으려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야 한다 ”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구 회장은 꿈나무 선수 육성을 위한 기반 조성과 지도자의 자질 향상을 위한 훈련지도법 마련 사업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구 회장은 “한국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사이클에서 금메달 5개를 딸 정도로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집중 지원책이 없어 올림픽 메달까지는 따지 못했다. ‘사이클의 박태환’이 탄생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안양=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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