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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축제 1200여 개 중 볼만한 건 몇 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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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월 1일 0시에 열리는 20여 개의 새해맞이 축제를 시작으로 한 해 동안 1200개가 넘는 축제가 열린다. 문화관광체육부에서도 지역축제를 관광 상품화해 외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산업으로 인식, 1995년부터 관광 상품성이 큰 축제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최우수 7개를 비롯한 54개를 선정해 56억원을 지원했다. 문화관광체육부는 홍보와 안내, 행사 진행 전반, 축제 프로그램, 쇼핑과 음식, 행사장 안내, 숙박 및 연계 관광의 6가지 평가기준을 두고 있다.

하지만 각 지역축제의 기획과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 기준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첫째, ‘축제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항목이 추가돼야 한다. 축제의 주인이 되어야 할 주민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배제되기 일쑤다. 프로그램별로 행사 유관 단체나 봉사 단체를 참여시키고 주민이 직접 운영하게 함으로써 축제 발전의 자발적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축제 예산의 자립도 여부를 따져야 한다. 운영자금의 100%를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금에 의존하다 보니 돈은 낭비되고, 창의성은 떨어진다. 또 공무원과 축제 전문가 사이에 견해 차가 있을 경우 대부분 공무원 의사대로 결정된다. 아무리 우수 축제로 선정됐더라도 관청의 지원을 계속 받아야 한다면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셋째로 교육적 기능을 평가해야 한다. 축제를 통해 재미와 함께 지적 만족감을 충족시킨다는 것은 축제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키는 필요조건이며, 축제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적인 내용이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외국 관광객의 입장에서 축제 관람은 우리의 삶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매년 2월 말에 나흘 동안 열리는 리우 삼바 카니발에는 브라질 1년 관광객의 30%가 몰린다고 한다. 잘 조직된 축제 하나는 대한민국의 문화적 우수성을 세계에 드높일 것이다.

강범희 원주시민연대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