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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없는 학교 自淨물결 확산 - 중동중.고, 3년전 결단 3行3無 신교육 실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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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학교현장에서'촌지'를 없앨 방법은 정말 없나.서울동작구 N초등학교 조모(54.여)교사의'촌지기록부' 파문으로 학교현장의 고질적인 병폐인 촌지수수를 근절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이런 가운데 3년전부터'촌지 없애기 운동'을 벌여 촌지를 완전히 추방한 서울 중동중.고교와 10년 가까이 촌지없는 학교를 운영하는 이대부속초등학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두 학교의 촌지추방은 학교 당국의 강력한 의지와 교사.학부모의 공동노력으로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촌지를 안받는 교사들은 얘기한다.자존심과 함께 권위가 살아났다고.돈으로 주고 살수 없는 스승이란 빛나는 존재가 된 것이다.아이들은 그 빛속에서'참'을 배우고 자란다.이 사회에 신뢰가 살아나며 보다 좋은 나라가 될수 있다는 청신호가 아닐까.두 학교의 사례를 심층 추적했다.

중동중.고교는 94년 말 없나. 서울동작구 N초등학교 조모(54.여)교사의'촌지기록부'파문으로 학교현장의 고질적인 병폐인 촌지수수를 근절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3년전부터'촌지 없애기 운동'을 벌여 촌지를 완전히 추방한 서울 중동중.고교와 10년 가까이 촌지없는 학교를 운영하는 이대부속초등학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동중.고교는 94년 12월 평교사 14명으로 구성된'신교육실천위원회'를 발족시킨 이래 '3행(行)3무(無)'운동을 벌여왔다.

'3행'이란 1분전 입실.1일3학생 면담.1시간 수업 위해 2시간 준비하기,'3무'란 촌지.불법과외.폭력 없음을 말한다.

학교측은 이가운데 특히 촌지를 없애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우선 매년 2차례 학기초에 각 가정으로'중동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은 촌지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낸다.

또 학부모들이 자녀 문제로 상담하기 위해 학교를 찾아올 때도 선물은 물론 음료수 하나도 전달하지 못하게 한다.학부모가 억지로 맡기고 갈 경우에는 행정실에서 이를 맡아서 정중한 편지와 함께 각 가정으로 돌려 보낸다.

스승의 날에도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꽃을 달아주거나 선물을 주는 것조차 금지한다.선생님들이 이날 다는 꽃은 학교에서 직접 마련한다.이같은 촌지안받기 운동 초기에는 학교측의 방침을 믿지 못한 학부모들이 교사들에게 촌지를 전달하려다 이를 거부하는 교사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특히 자신의 자녀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원하는 상위권 학생의 학부모들은 촌지가 없어진 이후 모든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됨으로써 자녀에게 특별대우를 못받게 된다고 생각해 불만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었다 한다.

그러나 운동이 3년째에 들어선 올해부터는 학교에 촌지를 들고오는 학부모들은 거의 없다.

학교에 갈 때 부담이 없다보니 학부모들의 학교 방문은 오히려 잦아졌다.올해 3월말에 열린 학부모회에는 7백명의 학부모가 참석해 학교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촌지 안받기 운동을 반기는 것은 학부모뿐 아니라 교사들도 마찬가지. 이 학교 金모(35)교사는“이제 아무 거리낌없이 자신의 교육관을 펼칠 수 있으며 아이들을 꾸짖는다 해도 부모들이'촌지를 가져오라고 하는 구나'라고 생각하는 대신'내 아이가 뭔가를 잘못했구나'라고 생각하는등 교사에 대한 권위가 회복된 것 같아 자긍심을 갖고 교단에 선다”고 말했다.

윤태익(尹泰翼.50)교감은“촌지 수수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각 학교에서 강한 의지를 가지고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그러나 일단은 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선행될 때 진정한 촌지수수가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혜민.이무영 기자

<사진설명>

촌지 관행이 급기야'촌지기록부' 파문을 낳았다.그러나 일부에서는 오래전부터 촌지없는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중동고 교사와 학부모들이 함께 하는 생활음악시간과 이대부속초등학교 학생들의 교내 캠핑 모습. 방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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