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폴 포트派 궤멸 이후의 캄보디아, 반군 법적처리에 관심집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캄보디아 반정부 게릴라 크메르 루주의 지도자인 폴 포트(69)의 체포.사망설이 엇갈리는 가운데 폴 포트파의 파멸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캄보디아정국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노로돔 라나리드 제1총리와 훈센 제2총리는 21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폴 포트가 체포돼 북부거점 안롱벵에 도착,조만간 프놈펜으로 압송될 예정이라고 밝혔다.폴 포트에게 인질로 잡혀있던 측근 키우 삼판도 함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또 훈센은 22일 이미 폴 포트가 죽었다는 소식도 접했다고 밝혔다가 취소되기도 했다.

이로써 세계의 관심은 지난 75~79년 집권당시 2백만명을 학살한 폴 포트파의 붕괴에 따른 향후 반군들의 법적처리 문제와 국내정권 안정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이 점에서 오랜 정적관계에 있는 라나리드와 훈센이 기자회견에 동석한 것이 주목된다.

이들은 우선 크메르 루주 지도자중 생존자들을 모두 국제 전범재판소에 세우기로 합의했을 뿐 아직 가시적인 화합태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이들의 치열한 싸움은 최근 폴 포트파의 분쇄공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훈센 총리의 인민당이 선제공격에 나섰다.지난해 8월 사면조건으로 폴 포트파의 2인자인 이엔 사리 전부총리가 이끄는 그룹의 대량이탈을 유도했다.아세안 각국은 인민당이 제2당이지만 군.경찰.지방행정조직에 강할 뿐 아니라 사리 그룹을 귀순시킨 점을 들어 훈센을 캄보디아의 대표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에 위협을 느낀 라나리드의 민족통일전선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내외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올 2월 폴 포트파의 투항공작에 가담했고 이번에 공동기자회견에까지 참석한 것이다.지난 5월말 아세안 특별외무장관회담에서 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 3개국의 7월 동시가맹을 결정,민족통일전선으로서는 반군문제해결의 기한이 정해졌던 셈이다.

이처럼 캄보디아문제 해결에 일보 진전을 보게된 것은 양당(兩黨)의 단독정권 창출을 위한 줄다리기와 캄보디아의 가맹을 늦추면 사태가 악화된다는 판단아래'건설적인 관여정책'을 펼친 아세안의 행동이 어우러진 결과라 할 수 있다.일본과 프랑스가 덴버 G8회의에서 주초 이곳에 특사를 파견키로 한 것도 캄보디아 안정을 위한 관여정책의 일환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재 제1총리와 제2총리 밑에 각각 부총리.내무장관.국방장관 2명씩을 두고있는 한지붕 2가족의 유례없는 권력공존체제가 해소되지 않는한 새로운 내전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다. 유광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