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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KBS '파랑새는 있다' 청풍거사 송경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변두리 인생의 애환을 담은'파랑새는 있다'는 폭소를 자아내는 인물들로 꽉 차있다.

청풍거사.백관장.앤디 김등 드라마의 재미를 살려주는 조연들의 호연으로'파랑새는 있다'는 더욱 빛난다.

그중 청풍거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차력의 고수임에도 실없는 바람기 때문에 아내에게 쩔쩔매는 공처가다.아내에게 프라이팬으로 머리를 얻어 맞아 커다란 혹을 달고 다니기도 했다.그는 사실 초등학교때부터 배운 태권도가 공인3단이다.권투.축구등으로 단련된 그의 근육질은 드라마에서 보는 그대로다.

청풍거사 송경철.'옥이이모'에서는'때워 아저씨'로 좌충우돌하면서 시청자의 눈을 끈 그는 이미 악역으로 소문난 사람이다.그의 대표작은'수사반장'.73년 MBC공채 6기로 입사해 수사반장팀에 합류,쫓기는 장면과 붙잡혀 끌려가는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낯익은 그는 악역이었지만 밉지 않은'악동'의 캐릭터를 쌓아온 독특한 악역 전문 연기자다.

그러나 송씨는 자신이 악역으로 이미지를 굳혔지만 악역다운 악역은 아직 못해봤다며 꿋꿋이 자신을 타이른다.“나도 멜로드라마를 할 수 있다.동기들(임채무.유인촌)같이 미남만 연애하는 역을 맡으라는 법이 있느냐.”'수사반장'은 드라마 성격상 형사보다 범인이 주인공으로 주목받는다.따라서'범인 경력'이 수려한 그는 유명세도 각별하게 치렀다.

자취시절,지금처럼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아내가 없던 터라 그의 평소 행색은 드라마상의 범인 차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문동 어느 골목길이었던가.수다에 열중하며 걸어오던 여중생들이 그를 보자 기겁을 하고 도망쳤던 것.TV에서 범인으로 낯이 익었기에 어린 학생들이 순간 판단착오를 했을 법하다.그때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당황되더라구요.드라마일 뿐인데….”멋쩍게 웃으며 잠시 회상에 잠기는 송씨의 옆모습을 보며 세월이 그에게도 무심치 않았음을 발견한다.

어느덧 46세. 20년이 넘는 연기인생을 이제는 한고비 정리하고 넘어가고 싶은 조바심도 없는게 아니다.그러나 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방송국에서 배운 가장 큰 가르침이었다고 고백하는 송씨에게 아직 못 이룬 꿈이 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걸고 강한 인상을 남기는 악역을 해보고 싶습니다.그날이 오겠지요.” 정용환 기자

<사진설명>

송경철이 차력시범을 보이자 개그우먼 김효진이“이기 머 이린기 다있노”라고 말하는 듯하다. 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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