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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회 금융개혁.민생법안 말끔히 처리하고 18일 폐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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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개혁은 뿌리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국가경영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오랫동안 보수적 정치.관료체제에 젖어있던 일본의 개혁은 어째서 가능한가.숱한 난제를 껴안고 있는 금융개혁과 행정개혁이 예상외로 잘 진척되게 한 일본의 정치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일본 국회는 18일 국가적 과제며 금융개혁의 핵심인 외환법.일본은행법개정안등과 민생법안등 모두 1백3건의 법률안을 말끔히 처리하고 폐회했다.일본 정부가 제출한 법률의 경우 92건중 90건이 확정돼 97.8%의 통과율을 기록했다.한국이 끊임없는 정쟁과 사회.경제 이익단체들의 대립으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국가적 소모전을 치르고 있는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일본의 정치지도자들과 각계가 어떤 노력을 했길래 이같은 성과가 나왔는지 점검해본다. 편집자

정권 또는 권력을 목표로 하는 정당.정치인간에 정쟁(政爭)이 벌어지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난 1월 소집돼 이달 18일까지 1백50일간 열린

일본의 정기국회(통상국회) 기간중에도 당연히 정쟁은 계속됐다.

그러나 속사정이야 어떻든 정쟁의 겉모습은 어디까지나 정책논쟁으로

표출됐다.유권자들의 매서운 심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정치권의

정책논쟁은 때에 따라서는 정당간 합종연횡은 물론 법안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뒤바뀌는 상황까지 연출했다.신진당이 자민당의 손을 들어 준

오키나와 기지법안이 좋은 예다.국회표결에 부쳐진 주요 법률현안을 전부

반대한 정당은 공산당뿐이었다.나머지 법안들은 정당에 따라 찬반이

엇갈렸다.이 와중에 자민.사민.사키가케의 연립3당은 개개 법안에 대해 다른

정당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설득작업을 벌였다.

한국의 금융감독원에 해당하는 금융감독청 설립법안이 지난 16일

일본국회를 무난히 통과한 것은 기본적으로 금융빅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에 힘입었지만 법안작성 과정의 투명성 덕도

컸다.일본국민들은'유리상자'처럼 투명한 법제정 작업 덕분에

이해당사자들의 찬반주장이 단순한 밥그릇 다툼인지 아니면 국익을 위한

충정인지를 충분한 시간을 두고 판단할 수 있었다.

투명한 법제정 과정은 국가적 낭비를 방지했다.정기국회를 통과한

일본최초의 장기이식법률안은 지난 94년4월부터 2년 넘도록

학계.관계.일반인들이 공청회등에서 토론을 거듭한 끝에 나온 결실이었다.

하시모토 총리가 회장인 행정개혁회의가 중앙부처 축소개편작업을 앞두고

지난 2월부터 두달에 걸쳐 나고야(名古屋).후쿠오카(福岡)등 지방도시를 돌며

현지회의를 개최,지방주민.관청의 의견을 수렴한 것도 투명성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

일본 정치권이 최근 하시모토 총리를 중심으로 관료층에 대한 리더십을 상당

부분 회복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우선 하시모토 총리 본인부터가

후생.운수.대장.통산상을 거친 행정의 달인(達人)이어서 개별법안의 핵심과

정치권.관료층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었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사진설명>

하시모토 일본총리가 정기국회 폐막전날인 17일 본회의에서 각종

개혁법안을 설명하고 있다. [지지통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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