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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술·게임·영화관 … 공통점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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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공황 시절에도 망한 담배회사는 없었다.” 담배 산업의 불황에 대한 강한 내성(耐性)을 거론할 때 나오는 말이다.

담배와 주류·라면·게임·영화관 등은 오히려 불황기에 돋보이는 산업으로 꼽힌다. 이들 산업은 경기가 좋을 때는 거대 전자업체와 중공업 등에 가려 빛을 못 볼 때가 많다. 그러나 경기가 어려워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어지간해서는 이들 산업에 대한 수요가 줄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제적 어려움에 고통 받는 소비자 중 일부는 담배와 술에 더 의존하는 경향도 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던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불황을 먹고사는 산업들은 다른 업종에 비해 주가가 덜 떨어졌거나 오히려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7월 1일에 비해 28일 현재 코스피지수는 30.5% 떨어졌다. 그러나 이 기간에 농심과 KT&G·진로발효 등은 5~6%가량, CJ CGV는 14% 떨어졌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28% 가까이 올랐다. <그래픽 참조> 불황기에 강한 산업이란 인식이 이들 주가를 떠받친 덕이다.

지난 21일 나온 KT&G의 4분기 매출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4%, 48%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어닝 쇼크로 받아들여진 것과는 정반대다. 과거 불황기에도 담배산업은 매출이 늘었다. 한화증권에 따르면 외환위기로 우리 경제가 7%가량 마이너스 성장했던 1998년 담배 출하량은 2.5% 증가했고, 카드사태가 발생한 2003년에도 담배산업은 출하량 기준으로 26% 성장했다.

게임산업도 불황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NH투자증권은 NHN의 한게임과 엔씨소프트, CJ인터넷 등의 지난해 4분기 총 매출액이 2007년 4분기에 비해 14%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불황으로 실제 골프장에 못 가게 된 골퍼들이 스크린 골프를 찾는 것처럼 해외 여행과 같은 돈이 많이 드는 오락보다는 온라인 게임과 영화관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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