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 식량사정 잠입 취재 - KBS'일요스페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보릿고개에 죽는다'.춘궁기를 넘기기 어렵다는 뜻을 지닌 순우리말 속담이다.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고 심어 놓은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은 춘궁기.음력으로 4~5월께니 요즘이 보릿고개에 해당하는 시기다.오죽하면 태산보다 넘기 어렵다는 말이 다 나왔을까. 북녘동포들이 요즘 몹시 굶고 있다는데 실상은 어느 정도일까.우리에겐 이미 옛이야기가 돼버린 보릿고개.급기야 최근 적십자사에서 옥수수가루를 북송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22일 밤8시에 방송하는 KBS1'일요스페셜'은 북한의 최근 식량사정등 피폐한 경제실태를 가늠하게 하는 최신정보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타이틀도'지금 북한,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로 정했다.신동환 PD와 조천현 카메라맨이 52일간 북한.중국 국경지역을 샅샅이 취재하며 실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특히 KBS일요스페셜팀이 의뢰한 중국국적의 조선족 남자(신원 비공개)가 함경북도의 한 농가를 찾아 북한주민과 8㎜비디오로 나눈 첫 인터뷰 장면도 전격 공개될 예정이다.신변안전을 위해 지명과 신분은 노출되지 않는다.

북한 주민의 집에 김일성의 초상화만 있고 김정일의 초상화는 걸려있지 않다는 사실에서 김정일에 대한 굶주리는 민심의 단면을 엿보게 된다.피골이 상접한 한 촌부가 씀바귀와 밀가루를 넣어 끓인 희멀건 죽을 조선족 남자에게 권하는 장면은 가슴을 저민다.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북한에서 넘어온 20여명의 식량난민과 북한을 방문한 15명의 조선족도 인터뷰했다.황해남도 개성,평안남도 개천,평안북도 희천.신의주,함경남도 원산,함경북도 청진.회령등 북한 전지역의 식량사정을 두루 취재했다.북한경제가 피폐해진 원인도 사회주의권 붕괴와 연결지어 분석한다.

KBS 장윤택 주간은“삼엄한 국경수비에도 불구하고 탈출자가 늘고 있고 곳곳에 총살당한 채 매장도 되지 못한 시체가 즐비했다”고 전했다.한편 신PD와 카메라맨 조씨는 취재기간중 중국 공안당국에'문화간첩'으로 붙잡혀 이틀간 구류를 살고 상당기간 주거제한을 받기도 했다. 장세정 기자

<사진설명>

한 북한 어린아이가 젖을 달라고 품을 파고들자 어머니가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