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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라이벌 열전] 대구 vs 청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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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본 대구요, 비 본 청어’라는 속담이 있다. 대구(사진·左)는 눈이 내리는 겨울에, 청어右는 봄비가 내려야 많이 잡힌다는 뜻이다.

대구는 산란기가 12∼1월이다. 이때가 대구의 성어기다. 이어 2∼3월이 청어의 시즌이다.

산란 시기가 약간 차이 나지만 둘 다 겨울이 제철이다. 찬 바닷물에 사는 한류성 어종이기 때문이다.

대구는 예부터 남해를 대표하는 생선이었다. 정약전의 어류학서 『자산어보』엔 “정월이 되면 청어가 바다를 덮을 정도였고 석 달간 산란을 마치면 곧 물러난다”고 기술돼 있다. 우리나라 남쪽과 일본에서 정초에 청어알을 식탁에 올린 것은 많은 자손을 가지라는 의미였다.

흔한 만큼 과거엔 가격도 쌌다. 청어의 별명 중 하나는 비유어(肥儒魚)다. 가난한 선비를 살찌게 하는 생선이라는 것.

지구온난화 탓인지 한동안 국내 연안에서 자취를 감췄다는 것도 닮은 점이다.

대구는 1990년대 이후 산란지인 경남 진해만에서도 거의 잡기 힘들었다. ‘금대구’라는 말은 이래서 생겼다. 청어도 연안에서 구경하기 힘든 어종이 됐다. 겨울 별식인 과메기도 원래는 청어로 만들었으나 귀해지면서 꽁치 과메기가 됐다. 과메기는 ‘말린 청어’를 뜻하는 관목(貫目)이 어원이다.

최근에 둘 다 우리 바다로 귀환했다는 것도 ‘우연의 일치’다. 대구는 치어를 방류한 덕분에 5년 전부터 진해·거제 앞바다에서 제법 잡히고 있다. 청어는 올해 갑자기 연안에 다시 나타났다(부경대 식품생명공학부 조영제 교수).

둘은 횟감으로 거의 쓰이지 않는 것도 닮았다. 하지만 생선의 특성이나 영양적으론 차이가 뚜렷하다.

대구는 흰살 생선, 청어는 붉은 살 생선이다. 흰살인 만큼 대구엔 지방이 거의 들어 있지 않다(생것은 100g당 0.5g). 반면 등푸른 생선의 일종인 청어의 지방 함량은 100g당 8.5g(생것)이나 된다. 마른 것은 24g.

그러나 청어 먹기를 너무 겁낼 필요는 없다. 청어 지방의 대부분은 혈관 건강에 유익한 DHA·EPA 등 오메가-3 지방(불포화지방의 일종)이기 때문이다(경상대 식품영양학과 정보영 교수). 오메가-3 지방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며 두뇌 건강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함량의 차이만큼 열량은 청어가 훨씬 높다. 100g당 열량(생것)이 대구는 80㎉, 청어는 163㎉다.

지방이 적은 대구는 담백하다. 글리신·글루탐산 등 아미노산과 이노신산이 풍부해 시원한 맛이 난다. 지방이 많은 청어는 맛이 강하고 기름지다. “맛 좋기로는 청어, 많이 먹기론 명태”란 옛말이 있을 정도다.

용도가 다양하기로는 대구다. 대구의 눈알은 영양가가 높고 맛이 뛰어나 고급 요리의 재료로 쓰인다. 대구의 간은 근육과는 달리 거의 절반이 기름이다. 대구 간에서 추출한 간유(肝油)엔 눈 건강에 이로운 비타민 A, 뼈 건강을 돕는 비타민 D(칼슘의 흡수율을 높인다)가 풍부하다.

민간에선 젖이 부족한 산모에게 대구탕을 끓여주었다. 대구탕은 음주 뒤 해장음식으로도 유용하다. 청어는 한방에서 출산 여성의 산후 조리용 음식으로 추천된다. 출산 뒤 일주일간 청어죽을 먹이라고 권한다.

각기 약점도 있다. 청어는 가시가 많아 먹기 불편하다. 대구는 근육이 너무 연해 선도가 빨리 떨어진다. 되도록 냉동을 피하고 생대구로 대구탕·대구찜 등 조리를 하는 것이 좋다. 냉동하면 근육에서 수분이 빠져나와 스펀지 현상이 일어난다. 맛이 급격히 나빠진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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