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업체 自救 몸부림 - 냉전끝나 불황 장기화 세계경영으로 돌파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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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군수산업계에도'세계경영'바람이 불고 있다.

군수산업계에선 그동안 업체의 핵심기술이나 경영권이 다른 나라로 넘어갈 것을 두려워해 생산비 절감등을 위한 공장 해외이전이나 외국업체와의 인수.합병등은 생각조차 못했다.

때문에 세계 굴지의 군수업체들을 보면 자기 나라안에만 공장을 두고 경영자와 주주들도 내국인에 국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각국은 군수산업을 국가방위의 보루로 여기고 유사시 부품공급이 끊겨 생산이 마비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부품도 가급적 국내에서 자급토록 조치해 왔다.

그러나 근래 군수업체들도 세계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세계 각국의 국방예산이 급속히 줄고 있어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군수산업도 철저한 경제논리로 무장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어진 것이다.

지난해 세계의 국방비 지출은 총 8천1백10억달러로 87년에 비해 40%나 감소했다.

여기다 무기체계가 갈수록 첨단화하고 있어 신기술 획득을 위해선 국내에만 머물 수 없게 됐다.

오늘날 무기생산에는 디지털통신이나 극소전자등 첨단 부품이 빠지지 않는다.이들 부품을 군수업체들이 직접 개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데다 가능하더라도 비용이 엄청나다.

경제논리뿐만은 아니다.냉전종식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세계 유일의 거대 군사동맹으로 자리잡은 것도 중요 요인이다.

NATO 회원국들간의 결속과 신뢰는 그 어느때보다 공고해졌다.

회원국들은 원활한 합동작전을 위해 각종 무기와 장비의 표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따라 각국 업체들이 무기를 공동설계하고 부품을 분업생산하는 일이 한결 수월해졌다.

미국 업체들은 NATO뿐만 아니라 일본.한국.대만등 전통적 군사동맹국 업체들과도 분업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군수산업의 대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은 최근 이루어진 보잉과 맥도널 더글러스의 합병이다.

전투기 제조업체인 맥도널 더글러스를 1백33억달러에 사들임으로써 군수산업에 진출한 보잉은 비용절감을 위해 전투기 부품도 50% 가량을 해외에서 조달,경쟁력을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보잉의 저돌적 세계경영은 다른 대형 군수업체들의 합종연횡(合縱連衡)을 더욱 재촉할 것이 분명하다.

벌써부터 미 록히드 마틴과 유럽 에어버스의 전략적 제휴가 예상되고 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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