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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아름다운 인연, 장학사업으로 이어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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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재미교포 사업가 2명이 30년 전 맺은 인연으로 한국의 장학사업에 거액을 쾌척했다. 맨주먹으로 미국에 와 각자 대형 의류업체를 일궈낸 코만 스포츠웨어의 조일환 회장(72·사진左)과 위키드패션의 김대원 사장 (54·右)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 김 사장에게서 생각하지 못했던 선물을 받았다. 김 사장이 “의미있는 곳에 써달라”며 아무 조건없이 100만 달러 (약14억원)을 희사한 것이다. 조 회장은 “이 돈을 장학사업, 특히 종교문제를 연구하는 학생들의 해외연수 등에 사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자신의 호를 딴 ‘만우(晩愚) 장학회’를 설립,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50만 달러(7억여원)를 기부한 바 있다. 결국 조 회장이 추진해온 장학사업에 김 사장이 힘을 보탠 것이다.

이 두 사람의 인연은 31년 전인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 회장의 의류업체인 코만에 23세이던 김 사장이 입사했다. 이후 5년간 김 사장은 큰 형님 같은 조 회장에게서 사업 노하우와 함께 성실과 근검절약 등 삶의 자세를 배웠다. 조 회장은 직원들을 친동생처럼 아끼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 때문에 “동료직원들은 회사를 ‘코만 학당’이라고 불렀다”고 김 사장은 회상했다. 조 회장은 직원들을 경제적으로 독립시키는 일에도 열심이었다. 그는 적당한 옷가게가 나오면 고참 직원을 불러 이를 인수하도록 도왔다. 물건도 대주고 인수 자금이 부족하면 돈도 마련해줬다. 김 사장도 이런 조 사장의 배려로 독립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김 사장은 91년 캐주얼웨어 업체를 차렸다. 조 회장과 경쟁자가 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조 회장은 김 사장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김 사장은 창업 18년 만에 회사를 연 매출 5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내 1~2위 한인기업으로 키워냈다. 그가 세운 위키드패션은 미국 시장에서 사우스 폴이란 자체 브랜드로 유명하다. 김 사장은 이 같은 성공의 밑바탕에 삶의 스승인 조 회장의 가르침과 도움이 있었음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보은의 기회를 기다리다 조 회장의 장학사업에 동참키로 한 것이다.

두 사람의 선행은 이번뿐이 아니다. 조 회장은 미국 코넬대에서 한국학 연구를 시작하자 한글대장경 등 도서 구입을 돕기 위해 남모르게 30만 달러를 지원했다. 조 회장은 현대 포니가 미국에 처음 수입됐을 때는 이 차를 사는 직원들에게는 일부 비용을 대주기도 했다 불교 연구에 심취해 60대 만학도로서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과 학부생으로 입학, 전체 수석으로 졸업하기도 했다. 김 사장도 ‘킴스 파운데이션’이란 장학재단을 설립, 후학을 돕고 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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