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産苦치른 합의 갈등 잠복 - 청와대로 공 넘어간 금융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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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융개혁안이 난산(難産)끝에 재정경제원과 한은의 합의에 의해 결론을 짓게 됐다.그러나 아직 합의사항에 대해 양측의 해석이 엇갈려 최종안이 나온 뒤에도 다시 대립이 재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금융개혁위원회의 청와대보고 이후 강경식(姜慶植)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경제수석,이경식(李經植)한은총재,박성용(朴晟容)금융개혁위원장은 두차례 만나 절충을 시도한 끝에 금융개혁안의 핵심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합의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합의내용은 재경원의 안에 가깝다.한은에서 감독기능을 통째로 들어내 새로 신설되는 총리직속의 금융감독위원회로 넘기되 한은에는 검사요구권과 합동검사권을 남겨준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재경원과 한은은 서로 해석이 다르다.재경원은 한은에서 은감원을 분리해낸다는 기본적인 구상이 관철된 것으로 일단 만족해하고 있다.

반면 한은은 금감위에 넘어가는 감독기능은 위규적발중심의 검사기능일뿐 금융기관의 경영건전성을 감시하는 감독권은 여전히 한은이 보유하게 된다고 받아들이고 있다.여기에다 위규사항에 대해 한은이 먼저 금감위에 검사를 요구해 합동검사를 실시할 권한까지 보유할 수 있게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지난달 이후 李총재는 기회있을 때마다 통화신용정책과 관련돼 꼭 필요한 금융기관의 경영건전성 감독은 그대로 한은이 갖되 적발위주의 일반감독기능은 금감위로 넘겨줘도 좋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은감원 간부들은 이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었다.이들은 감독업무를'경영건전성 감독'과'위규 감독'으로 칼로 자르듯 나눌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이들은 또 감독기능을 나눌 경우 제재권이 없는 한은의 감독은 실효성이 없어진다는 생각이다.이밖에 재경원안대로 검사요구권을 갖더라도 한은이 감독의 주도권을 갖지못하기 때문에 별로 쓸모가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당장'자리'가 줄어든다는 점도 고민이다.감독기능을 넘겨줄 경우 기존 은감원 조직은 대폭 축소되고 간부직 자리도 줄어들게 된다.

이때문에 은감원 간부급에서는 지난달에 이어 다시한번 모임을 갖고 공식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금융개혁 최종안이 李총재의 절충안대로 나오더라도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더욱이 만일 한은의 시각과 달리 최종안이 재경원의 구도대로 이뤄진다면 한은의 집단반발도 예상된다.

李총재는 13일 새벽 4자회동을 마친뒤“한은 내부에서(합의내용에)반발한다면 사퇴하겠다”고 말했다.어쨌든 다음주 최종안이 발표된후 재경원과 한은이 내부의 반발을 다독거리면서 입장을 조율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윤호.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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